"금융투자상품 인정 여부 별개로 사기죄 적용도 가능"
'코인 범죄'는 처벌 사각지대?…"수사의지 부족이 문제"
"지금 전부 매수하세요.

30분 후에 무료방에 공지하고 가격 띄웁니다.

고점 오면 시그널 보내드립니다.

"
가상화폐 가격의 등락을 예상해준다는 '코인 리딩방' 유료회원이었던 A씨는 이런 내용의 공지를 종종 봤다고 했다.

유료회원들에게 미리 특정 코인을 사게 한 뒤 참가자가 많은 무료방에서도 매수를 유도해 가격을 띄우는 일종의 '시세 조종'이다.

그는 이런 방법으로 3개월간 50% 이상의 수익을 냈다고 했다.

코인 리딩방에서는 이처럼 시세 조종이 빈번하게 이뤄지지만 처벌되는 일은 거의 없다.

현행법상 가상화폐는 기초자산이나 금융투자상품으로 인정되지 않아 주식과 달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적 한계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코인 범죄'는 처벌 사각지대?…"수사의지 부족이 문제"
리딩방뿐만 아니다.

흔히 알려진 다단계에 가상화폐를 접목해 현금 흐름 없이 가상화폐로만 물건을 구매하고, 등급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코인 다단계'도 성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상화폐와 관련된 피해사례가 많이 접수되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수사 진행이 힘든 경우가 많다"고 털오놓았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도 처벌할 수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코인 리딩방 시세 조종은 거래소와 뒷거래를 통한 허위·통정매매로 가격을 띄우는 방식을 주로 쓰는데, 이는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코인 다단계 역시 가상화폐의 금융투자상품 인정 여부와는 별개로 사기와 같은 불법행위가 벌어졌다면 방문판매법이나 형법에 저촉된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기술법 전문가인 구태언 변호사는 2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법 제도가 아니라 수사기관의 의지 부족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최근 가상화폐를 '나쁜 것'으로 규정하고 투자자 보호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는데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경찰이 어떻게 의지를 갖고 수사를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리딩방에서 발생하는 사기는 증거가 많고 범죄사실도 복잡하지 않아 수사만 이뤄지면 대부분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며 "수사기관은 능력이 있음에도 소극적 태도로 방관하며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투자 규모가 이미 상당히 늘어난 만큼 정부가 태도를 바꿔 불법 규제를 위한 법안을 만들고 투자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은 "가상화폐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관련 분야를 규율할 수 있는 법이 없다는 게 불법 발생의 원인"이라며 "가상화폐에 관한 포괄적 규제와 투자자 보호 내용을 담은 '가상자산업권법'이 제정하면 불법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