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1분기 실적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150여 개 상장사가 실적을 발표했다. 이 중 39개 기업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흑자로 전환한 곳도 11개에 달한다.

기업들의 실적개선은 주식시장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주가지수는 하락세로 전환했다. 코스피지수는 3200을 못 지키고 3150선까지 밀렸다. 코스닥지수는 다시 1000포인트 밑으로 내려왔다. 실적개선폭에 비해 주가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투자자는 이런 증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아봤다.
'好실적 약발' 안받는 증시…"이젠 밸류에이션 주목할때"

1분기 영업이익 92% 증가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는 146개다. 이들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약 35조1673억원으로 전년 동기(18조2900억원) 대비 92% 늘어났다.

실적을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이익이 늘어난 곳은 LG화학이다. 1분기 영업이익이 1조4081억원으로 작년 동기(2059억원) 대비 7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두산중공업 영업이익도 3721억원으로 559% 늘었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판다

하지만 좋은 실적을 발표한 후 주가가 내려간 기업도 많다. LG디스플레이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10% 이상 하락했다. 현대차도 1분기 영업이익이 91.8% 증가했지만 실적 발표일(22일)부터 주가는 6.19% 하락한 상태다. LG화학, 에쓰오일, 두산중공업 등도 29~30일 주가가 떨어졌다.

실적 발표를 계기로 주가가 떨어진 이유는 실적 개선이란 호재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좋은 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랐던 종목 위주로 차익실현이 이뤄졌다”며 “공매도 금지조치가 3일 해제되는 점도 지수 하락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실적이 고점을 찍었을 수 있다는 우려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분기에 고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와 상관관계가 높은 국내 수출 증가율은 5월에 정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적 모멘텀의 정점이 다가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최근 조정의 빌미가 됐다”고 분석했다.

더욱 중요해진 밸류에이션

전문가들은 가격 부담이 낮은 종목에 선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적 개선세가 둔화되는 데다 공매도 금지조치까지 해제되면서 주가가 밸류에이션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은 화장품, 섬유의복, 백화점 업종이 비교적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업종에 속해 있는 종목은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회복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KTB투자증권은 경기가 회복될 때 주가 상승을 이끄는 ‘시간이 우리 편인 종목’에 주목했다. 정보기술(IT), 금융, 소비재 등이 이런 종목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공매도가 재개되더라도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종목은 오히려 조정국면이 매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은 관련 종목으로 SK이노베이션, 두산밥캣, 한국조선해양, 하나금융지주, CJ제일제당, LG디스플레이 등을 꼽았다.

투자하는 종목의 경우 개별적으로 실적 전망치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성장이 지속되는지에 따라 주가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들이 콘퍼런스콜을 통해 내놓는 ‘가이던스’와 증권사 보고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실적 외 변수로는 미국의 코로나19 집단면역 소식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미국은 백신 접종을 통해 오는 7월 집단면역을 완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미국의 집단면역 완성이 증시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집단면역의 완성은 경기 정상화로 이어지고, 이는 글로벌 증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