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리더십 공백 속 자강론 득세
윤석열-안철수-국민의힘, 연말 통합경선 가능성 고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의 합당 논의가 표류 위기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야권 통합을 굳이 서두르지 않겠다는 속내를 밝히면서다.

안 대표는 29일 보도된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야권 대통합 일정은 언제쯤으로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내년 3월 전이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내년 3월보다는 전"이라는 취지의 언급이라는 게 국민의당 측의 설명이지만, 대선일이 내년 3월9일인 점을 감안하면 '연말연초'를 통합의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효과의 극대화를 이유로 들었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극적인 단일화에 성공했듯 대선도 그런 식으로 치르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선(先) 통합 후(後) 전당대회'니 '선 전대 후 통합'이니 하는 야권의 통합 시나리오가 결국 '구두선'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사실 통합이 지연된 것은 어느 정도 예고된 측면이 있다.

안 대표는 전국 순회 당원 간담회를 들어 '재보선 후 합당'을 미뤄왔다.

당원 여론 수렴을 마친 후에는 국민의힘이 받기 어려운 신설 합당 카드를 "원칙 있는 통합"이라 내세우고 통합논의 부진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너무 일찍 국민의힘 안으로 들어가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의 '불쏘시개'나 들러리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대선후보 등록 직전 윤 전 총장과 야권 전체를 아우르는 '원샷 경선'으로 자웅을 겨루는 편이 낫다는 주변의 조언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 국민의당 내부에선 안 대표를 품어 제3지대를 죽이고, 그를 '미끼' 삼아 윤 전 총장을 끌어들이려는 국민의힘의 속셈을 경계하자는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느긋해진 안철수…野통합시계, 대선 前으로 늦춰지나
국민의힘으로선 리더십 공백이 통합논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신임 원내대표와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안 대표와 책임 있는 협상을 이끌 주체가 마땅치 않은 가운데 당을 떠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독설'이 장외 원심력으로 작용하면서 야권 통합을 가로막는 형국도 빚어지고 있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통합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차기 당 대표에게 공을 넘기라는 비대위 안팎의 요구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당대회를 계기로 국민의힘 안에서 통합론보다 자강론에 무게가 실릴 경우 신속한 야권 통합은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상식적 예상'대로 야권 단일후보 선출 시점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로 남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