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시기에 어울리는 술은 맥주. 차가운 성질을 지녀 더운 계절에 잘 맞는다.

최근엔 수입 맥주, 수제 맥주, 무알코올 맥주, 여기에 발포주까지 더해져 맥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하지만 대중적인 맥주의 종류를 이야기한다면 생맥주와 병맥주, 캔맥주 정도로 나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세 종류의 맥주가 같은 듯 다르다는 점이다.

생맥주를 즐겨 마시는 이들은 “효모가 살아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생맥주의 99%에는 효모가 없다. 이미 살균 처리를 했거나 마이크로필터로 걸러냈기 때문이다. 생맥주의 영어식 표현은 드래프트 비어(draft beer). ‘드래프트’는 ‘생’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통’이란 의미도 있다. 병, 캔이 아니라 케그(keg) 단위로 판매하면 드래프트 비어, 즉 생맥주가 된다. 일본이 드래프트 비어를 생맥주로 번역하면서 통맥주가 생맥주로 바뀌었다.

생맥주 맛은 왜 병맥주와 다를까. 이유는 생맥주를 따르는 서버에 있다. 서버를 통해 나오면서 미지근한 맥주가 차갑게 칠링되고, 탄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청량감이 좋아진다. 맛이 차이나는 또 다른 이유는 저장 용기다. 맥주와 와인, 막걸리, 청주는 빛을 받으면 변질되기 쉽다. 와인 셀러를 어두운 곳에 두고, 맥주 와인 등을 빛 투과율이 낮은 짙은 색 병에 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빛을 차단하는 스테인리스 용기에 생맥주를 담으면 변질이 적다.

그렇다면 병맥주와 캔맥주 중엔 뭐가 더 맛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빛을 차단하는 캔에 담긴 맥주가 맛 변화가 적어 더 맛있다. 캔맥주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탄산의 톡 쏘는 맛 때문이다. 특유의 알루미늄 질감이 입술에 닿아 불편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외국에서는 캔맥주를 잔에 따라 마시는 일이 흔하다. 그전에 잔을 충분히 칠링하는 것이 좋다. 잔이 따뜻하면 캔맥주 특유의 청량함이 금세 사라진다.

병맥주가 맛있게 느껴진다면 사람을 좋아한다고도 볼 수 있다. 서로 따라주고, 건배하고, 대화하는 걸 즐기는 것이다. 결국 술맛은 무엇을 마시느냐보다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아무리 값싼 술이라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감하며 마실 땐 최고의 맛이 난다.

명욱 <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