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이 과잉 진료 등으로 2년 연속 2조50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가 매년 오르고 있고 코로나19 사태로 의료 수요가 급감했지만 도덕적 해이에 따른 보험금 지출 증가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도수치료, 백내장 등 일부 경증 질환에 보험금 지급이 집중돼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밑빠진' 실손보험, 작년에도 2.5조 적자
금융감독원은 28일 이 같은 내용의 ‘2020년 실손보험 사업 실적 및 향후 대응계획’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의 총 계약 건수는 3496만 건(단체보험 제외)으로 전년 대비 1.6%(54만 건) 늘었다. 보험료 수익은 신규 가입 및 보험료 인상 등에 힘입어 전년보다 6.8% 증가한 10조5469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지급보험금과 손해조사비, 지급준비금 증감 등을 합친 발생손해액은 11조7907억원으로 전년 대비 7.0% 늘면서 보험료 수익 대비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여기에다 보험사의 실제사업비까지 합친 총 적자 규모는 2조5008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2조5133억원)과 비슷했다. 발생손해액에다 실제사업비를 더해 이를 보험료 수익으로 나눈 합산비율도 123.7%로 5년 연속 100%를 넘어섰다. 합산비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그만큼 보험사가 손실을 내고 있다는 뜻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의료기관 이용이 크게 줄었음에도 실손보험 적자폭이 거의 줄지 않았다는 것은 실손보험이 그만큼 도덕적 해이에 취약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 적자 규모는 3531억원으로 전년(2조8243억원)보다 2조4000억원 넘게 감소했다. 이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국민건강보험 급여 항목보다 비급여 항목 진료를 훨씬 많이 받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가운데 비급여 비중은 63.7%로 건강보험(45.0%)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병원 유형별로 살펴보면 비급여 비중은 상급종합병원(42%)보다 의원(81%)과 병원(78%)급에서 월등히 컸다. 병·의원의 주요 비급여 항목은 도수치료, 근골격계 및 척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체외충격파 치료(물리치료), 조절성 인공수정체(백내장) 등이었다. 특히 동네병원인 의원급에서 도수치료와 물리치료, 백내장 등 3대 항목의 비중만 절반 수준인 49.2%에 달했다. 보험 가입자와 병원의 과잉 진료가 만연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처럼 실손보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아예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사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신한생명이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미래에셋생명도 지난달 사업에서 공식 철수했다. 2011년 이후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생명보험·손해보험사만 13곳에 달한다.

금감원은 도덕적 해이에 따른 ‘의료 쇼핑’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금감원 측은 “보험금 누수가 심한 비급여 항목은 지급 심사를 강화하고 과다 의료 이용으로 판단되는 항목은 분쟁조정위원회 결정 및 판례 등을 참고해 합리적인 보장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