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아 바이오헬스부 기자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의 지난 26일 대국민담화에 대한 마상혁 대한백신협회 부회장의 지적이다. 기존 계획과 별로 달라진 게 없는데 마치 일반 국민 접종이 당겨지는 것처럼 호도했다는 비판이 의료계에서 나왔다.
홍 총리대행은 대국민담화에서 “화이자 추가 구매를 통해 집단면역 달성시기를 보다 앞당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5월부터 접종연령을 낮춰 일반 국민 대상 접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는 만 75세 이상 고령층,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 사회필수인력 등 우선접종군 그룹을 나눠 백신을 맞혔다면, 다음달부터는 만 65~74세를 대상으로 접종 신청을 받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계획은 지난달 15일 방역당국이 2분기 백신 접종 일정을 공개하며 발표한 내용이다. 이번 화이자 2000만 명분을 추가로 계약했지만 접종계획이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이다. 경찰·소방·군인 등 일부 접종군이 당초 계획에서 한 달가량 앞당겨지기는 했지만, 백신 추가 계약과는 무관하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희귀혈전증 논란이 일면서 30세 미만 접종이 제한되자 남은 물량을 돌린 것이다.
방역당국 실무자들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예방접종대응추진단 관계자는 홍 부총리의 담화 직후 브리핑에서 “65~74세 어르신 예방 접종을 포함해 다른 연령층까지 5월 하순부터 6월까지 접종이 이어진다”고 설명했지만 반나절 만에 “일반 성인의 접종은 당초 예정대로 하반기에 진행한다”고 말을 바꿨다. 불과 하루 뒤인 27일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번복했다. 정 청장은 브리핑에서 “2분기 추가로 들어오게 될 AZ 물량과 30세 미만 접종 예정이었던 물량을 포함해, 더 조기에 65세 미만 연령까지 확대 접종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만 64세 미만 국민의 접종 일정은 여전히 미확정인 셈이다.
정부가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근본적 원인은 ‘백신 도입의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분기까지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1809만 회분에 더해 모더나·얀센·노바백스 백신 등 271만 회분을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지만, 이들 백신의 도입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정부가 백신 수급 문제에 대한 책임을 덜기 위해 확정되지 않은 정보를 섣불리 공개하는 일이 잦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예방접종·백신 도입 관련 발표를 ‘해명의 기회’로 삼지 말고, 국민에게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자세를 보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