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드라마 화제성 제고에 기여…선입견 심어줄 우려도"
K드라마 클리셰를 B급 감성으로 풀어낸 '드라마월드'
한국 드라마 마니아인 클레어(리뷰 휴슨 분)는 어느 날 갑자기 한국 드라마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이 세계에서 해피엔딩을 보지 못하면 현실로 돌아올 수 없게 된 그는 '드라마월드'를 구성하는 다양한 조력자와 주인공들의 해피엔딩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얼핏 팬픽 같기도 한 이 작품은 채널 라이프타임에서 정식으로 방영 중인 드라마 '드라마월드'다.

심지어 꽤 입소문을 타며 2년 만에 시즌2 제작에 성공했다.

시즌2는 한미 합작이고, 박찬욱 감독과 앤젤리나 졸리의 소속사인 엔디버 콘텐츠에서 글로벌 세일즈와 배급을 맡았다.

게다가 배우 하지원과 헨리, 그리고 미국 배우 대니얼 대 김과 브렛 그레이가 합류해 캐스팅이 한층 화려해졌으며 이정재부터 김병철, 박진주, 한지민, 성혁, 최시원, 지숙, 양동근, 샘 해밍턴 등 카메오 군단도 막강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특유의 B급 코드는 여전하다.

남주인공의 샤워 등 몸매 부각 장면, 위기에 맞닥뜨린 남녀 주인공이 나누는 위장 키스 같은 과거 한국 드라마 속 클리셰 같은 장면들이 패러디처럼 등장했다.

'사랑은 잠복 중 1988'과 '붉은 달의 전설' 등 작품 속 등장하는 가상의 드라마들도 어디서 본 작품들을 짜깁기한 것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드라마월드'는 작품의 '완성도'를 논하기에 적합한 작품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며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작품성을 인정받는 한국 드라마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을 심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인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겸 드라마평론가는 24일 "어떻게 보면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를 단순히 모아놓은 것을 넘어 편견을 조장하는 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든다"며 "최근 잘 만든 한국 드라마들은 그런 클리셰들을 쓰지 않는데, 일종의 왜곡과 굴절이 발생할 수도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K드라마 클리셰를 B급 감성으로 풀어낸 '드라마월드'
하지만 최근 장르가 복잡다단해진 드라마 시장에서 작품성만이 성패의 척도는 아니고,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소임을 다한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드라마 마니아를 대상으로 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시즌2까지 제작되고, 하지원 등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을 보면 해외에서의 인지도도 꽤 높다고 볼 수 있다"면서 "보편적으로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작품은 못 될지라도, 요즘은 'B급 감성'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안 보진 않는다.

나름 공고한 팬층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에서도 한국 드라마 팬이 늘면서 '드라마월드' 속에서 한국 드라마의 특징들을 발견했을 때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드라마월드' 같은 작품은 한류 팬들을 겨냥해 가볍고 유쾌하게 기획된 작품으로 보인다.

이러한 장르의 작품도 한국 드라마에 대한 화제성을 견인하는 측면에서는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B급 감성이라 할지라도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를 묘하고 독특하게 녹여낸 부분은 성공적이기 때문에 시즌2까지 나온 것"이라며 "한국 드라마의 화제성을 높이는 데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