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상한 토지 매입 '기성용 땅' 가보니…"이런 곳에 축구센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이 밭과 나무, 산밖에 없었던 곳이었어요

프로축구 FC서울 선수인 기성용과 아버지인 기영옥 전 광주FC 단장이 광주 서구 금호동 일대에 농사를 짓겠다며 수십억원을 들여 토지를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기성용이 해외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시절, 농사를 짓겠다는 약속인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한 뒤 농지를 사들여 허위 의혹이 일었고, 이 농지를 차고지 등으로 활용하며 용도를 어긴 사실이 드러나며 기씨 부자는 경찰에 입건됐다.

여기에 이들이 사들인 토지 주변이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땅값이 최근 두 배가량 상승한 것으로 알려져 투기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22일 이들이 집중적으로 매입한 땅을 직접 찾아갔다.

기씨 부자가 사들인 토지가 몰려 있는 곳은 언뜻 보면 제대로 된 진입로도 없는 외진 곳으로, 일반 사람들이라면 찾아가기도 버거운 곳이었다.

그러나 조금만 세심하게 주변을 살펴보면 이곳은 속칭 '노른자 땅'이었다.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앞두고 주변에 왕복 7차선 도로가 뚫려 접근성이 좋아졌고, 2017년에는 인근 마륵 공원이 광주에서는 최초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지로 선정됐다.

기씨 부자가 이곳의 논밭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시기도 공교롭게 도로 개설과 개발 호재 등이 불었던 2015년과 2016년 사이다.

기씨 부자는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농사를 짓겠다고 땅을 샀지만 정작 농지 일부는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대신 대형 크레인 등 건설 공사에 사용하는 중장비들이 차고지로 사용하고 있었다.

기씨 부자의 농지 땅이 불법으로 변형돼 중장비 차고지가 된 것이었다.
[르포] 수상한 토지 매입 '기성용 땅' 가보니…"이런 곳에 축구센터?"
이런 식으로 불법 형질 변경한 토지는 8개 필지, 9천610㎡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돼 서구청은 기씨 부자에게 토지를 원상복구 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들은 2015~2016년 사이 이 일대에 58억7천여만원을 들여 논·밭과 잡종지 등 13개 필지(1만5천여㎡)를 사들인 것으로 소문났다.

기씨 부자가 땅을 사들인 이후 당시와 비교해 공시지가는 현재 2배 가까이 올랐고, 호가는 3∼4배 올랐다는 게 주변 부동산중개업자의 설명이다.

땅값 상승엔 민간공원 특례사업 추진도 영향을 미쳤다.

광주시가 2017년 민간에서 공원을 조성하는 대신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 방식을 택하면서 개발에 대한 기대 심리가 반영된 탓이다.

실제로 기씨 부자가 매입한 땅 일부는 이 사업 부지에 포함돼 수용되거나 아주 인접해 큰 시세차익을 볼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씨 부자가 이를 노리고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농지를 사는 등 투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까닭이다.

이와 관련해 기 전 단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들 이름으로 축구센터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라며 "투기'를 목적으로 땅을 샀다는 말을 듣는 것은 너무도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씨 부자가 산 토지에 축구센터를 건립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인근에 있는 군 공항과 탄약고 부지로 인해 군사 보호지구로 묶여 있어 농막이나 창고 등 농사에 필요한 시설을 제외하면 국방부 허가를 받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는 "여기에 건축·시설물을 설치하려면 국방부와 협의를 거쳐야 해 축구센터를 설립하려 했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며 "위치나 주변 상황을 고려하면 적절한 부지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기씨 부자의 농지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입건해 조사하는 한편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볼 계획이다.
[르포] 수상한 토지 매입 '기성용 땅' 가보니…"이런 곳에 축구센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