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뜻 세밀히 확인 못해"…이인람, 전날 靑시민사회수석 만나 사의 전달
軍, 재발방지책 요구에 "필요조치 검토"…'활동 연장' 위원회, 동력 상실 우려
군사망조사위 위원장 사퇴…"천안함 유족에 상처 드려 송구"(종합3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결정했다가 뒤늦게 철회하며 논란을 일으킨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이인람 위원장이 20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천안함 사건의 전사 장병 유족, 생존 장병들과 국민께 큰 고통과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이에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조사개시 과정이 법과 규정에 따른 절차라는 이유로 유가족들의 뜻을 세밀하게 확인하지 못했다"며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는 국군 장병들의 명예를 세워 드리지 못하고, 국가를 위해 희생했던 것을 후회한다는 말씀을 듣고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위원회의 결정이 국가와 사회에 미칠 수 있는 파장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면서 "위원들과 함께 해당 사항을 심도 있게 논의했고, 위원장으로서 잘못을 깊이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이인람 위원장은 앞선 전날 오후 김제남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만나 자신의 사의를 전달했다.

면담은 이 위원장의 요청으로 청와대가 아닌 외부에서 이뤄졌다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위원회는 천안함 피격 사건을 다시 조사해 달라는 진정에 따라 작년 12월 조사 개시 결정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큰 논란이 일자 지난 2일 각하 결정을 하며 결정을 번복했다.

해당 진정은 '천안함 좌초설'을 꾸준히 제기했던 신상철 씨가 낸 것으로, 위원회의 조사 개시 결정은 전사자 유족과 생존 장병 등의 강한 반발을 샀다.

군사망조사위 위원장 사퇴…"천안함 유족에 상처 드려 송구"(종합3보)
천안함 피격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대령과 천안함 유족회장 등은 위원회의 각하 결정 이후에도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며 위원회와 국방부, 청와대를 항의 방문했다.

천안함 유족회와 전우회는 이날도 성명을 내고 조사 개시 결정을 한 위원장 등 관련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을 촉구했다.

최 예비역 대령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청와대와 위원회, 국방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족 등의 재발 방지책 요구와 관련해 "필요한 조치들은 검토해 나가고 있다"며 '북한의 소행'이라는 민군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조사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한편 위원회는 1948년 11월 이후 발생한 군 사망사고 중 의문이 제기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애초 오는 9월까지 운영하는 한시적 기구로 2018년 9월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9월 14일까지 2년간 1천787건의 진정을 접수했고, 2월 말까지 진상을 규명한 321건을 포함해 649건을 종료했다.

그러나 남은 진정 건수가 1천138건에 달하는 등 추가적인 조사 기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위원회의 활동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린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달 24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2023년 9월까지 활동할 수 있게 됐고, 군인이 복무 중 사망한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고 의심할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직권 조사도 가능하도록 권한도 강화됐다.

그러나 이인람 위원장의 사퇴를 계기로 일각에서는 활동 기간 연장으로 탄력을 받은 위원회의 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군사망조사위 위원장 사퇴…"천안함 유족에 상처 드려 송구"(종합3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