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주제로 10편씩 50편 수록…양국 언어 첫 공동시집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여성 시인 5명이 뭉쳐 양국 언어 첫 공동시집 '라라 종그랑'을 출간해 눈길을 끌었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채인숙 작가는 19일 연합뉴스 특파원과 통화에서 "2019년부터 2년 동안 기획, 준비한 공동시집"이라며 "시에 쓰인 말을 양국 언어로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작가들끼리 만나서 끊임없이 소통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집은 '인도네시아'를 주제로 한국 시인 2명과 인도네시아 시인 3명이 각각 10편씩 내놓은 시 총 50편을 수록했다.

한국 시인이 쓴 시는 한국어가 왼쪽에, 오른쪽에는 인도네시아어 번역본이 쓰였고, 인도네시아 시인이 쓴 시는 왼쪽에 인도네시아어가 먼저 적혔다.

'인도네시아'를 공통 주제로 썼지만, 시인마다 관심사가 다른 점이 매력이다.

한국 시인이 어떻게 인도네시아를 바라보는지부터 개인적 이야기, 사회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여성 시인들의 다양한 시각과 독특한 스타일을 담았다.

채인숙 작가는 인도네시아의 신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내놨다.

가령, 이번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라라 종그랑'(Lara Djonggrang)은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사랑을 거부한 대가로 돌로 변했다는 고대 자바 뺑깅왕국 공주의 이름으로, 프람바난 사원 시바 신전의 두르가 여신상을 '라라 종그랑'으로 부른다.

중부 자바 족자카르타에 위치한 프람바난 사원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오래된 힌두교 사원으로 꼽힌다.

인도네시아에서 3년 넘게 거주하다 한국으로 돌아간 김길녀 작가는 현지를 여행하면서 쓴 시를 내놨고, 반둥교육대 문화언어교육학과 교수인 넨덴 릴리스 아 작가는 인도네시아의 예술적 배경에 관한 시를 썼다.

또, 인도네시아의 작가이자 상인인 라뜨나 엠 로히만은 길거리 청소부와 창녀 등 밑바닥 인생에 관한 시를, 까뜨리나 아마드 작가는 친구를 만나고, 차를 마시는 등 일상의 에피소드를 시로 표현했다.

이들 여성 시인 5인은 반둥에서 열린 문학 모임을 통해 친분을 맺어 공동시집을 내게 됐다.

시집에 수록된 사진은 인도네시아 한인 언론사인 자카르타 경제신문의 조현영 편집장 작품이고, 양국 언어 번역은 인도네시아국립대학교에서 인도네시아 문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노정주 번역가가 참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