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월 선행 PER, 3개월 새 15배→13배…"이익 상향 조정 효과"
밸류에이션 부담 덜어낸 코스피, 천장 뚫고 3,200대 안착할까
코스피가 역사적 고점에 바짝 다가선 가운데 증시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인 주가수익비율(PER)도 이익 상향 조정 등에 힘입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가치(밸류에이션) 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낸 코스피가 고점 경신을 넘어 3,200대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3일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은 13.82배다.

이는 올해 고점인 15.73배(지난 1월 25일)에 비해 약 12.1% 낮아진 수준이다.

지난 1월 25일은 코스피가 3,208.99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날이다.

코스피는 연초부터 개인 투자자의 유입 등에 힘입어 최고가 랠리를 펼쳐왔다.

다만 단기간 급등으로 증시 과열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과열 논란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가 12개월 선행 PER이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주가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증권가는 주가가 미래 기업가치를 반영한다고 보기 때문에 과거 실적이 아닌, 향후 1년간 실적 전망치를 반영한 12개월 선행 PER을 많이 활용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전 11배에 머물던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이 올해 초 15배까지 오르면서 증시 과열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PER이 약 3개월 사이에 낮아진 건 코스피 상장사의 향후 실적 전망이 상향 조정된 결과로 풀이된다.

즉 분모인 순이익이 커지면서 PER이 낮아진 것이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작년 2분기 이후 서민들의 경기 체감이라든지 생각보다 코로나19 백신 효과가 불분명한 것에 비해서는, 대형 상장사들의 이익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올해 코스피 순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가 130∼140조 원으로 전고점인 2017년 143조 원에 근접하는 등 (실적 개선에 대한) 믿음이 시장에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PER 집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롤링 효과'도 PER이 '더 빠르게' 낮아진 요인으로 꼽힌다.

향후 12개월 실적 전망치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집계에서 빠지는 한 달보다 새로 들어오는 한 달의 전망치가 더 크다는 것이다.

이는 2021년보다 2022년의 실적이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의미다.

강 연구원은 "내년 시장 컨센서스는 170조원 중반까지 올라가는 걸로 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제 관심은 밸류에이션 부담을 덜어낸 코스피가 역사적 고점을 넘어 3,200대에 안착할 수 있는지에 쏠린다.

전날 코스피는 3,182.38에 마감하며 고점에 근접한 상황이다.

밸류에이션 부담 덜어낸 코스피, 천장 뚫고 3,200대 안착할까
이에 대해 강 연구원은 "최근 미중 사이의 반도체 공급망 등을 둘러싼 경쟁 구도라든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증세라든지, 여러 가지 매크로(거시적) 리스크가 있다"며 "실적 개선은 충분히 됐고 (미국발) 금리 반등도 흡수할 정도로 PER이 낮아졌으나, 충분한 조정으로 연기금이나 외국인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가격대는 아직 아닌 걸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개인 투자자도 고점에 물린 경우가 많아 탄력이 둔화해 있어 (단기적으로 3,200대에 안착하기에는) 애매모호한 자리"라면서 "하반기에 3,200대에 안착하는 게 좀 더 편안한 흐름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개되고 있는 경기에 대한 기대치, 기업 이익에 대한 기대 등이 약해지는지 여부가 변수"라며 "예상보다 물가나 금리 상승 압력이 더 거세게 전개되고 하반기까지도 상승 압력이 유지 또는 강화된다고 하면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