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하늘에 하얀 점이 떠 있는데…. 파울이 되지 않아서, 먹힌 타구인가 싶기도 했죠."
이강철 감독의 시선을 빼앗은 타구는 kt 외야수 조용호 글러브 안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이 감독은 상상을 멈추고 연패 탈출에 안도했다.
14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방문 경기를 앞두고 만난 이 감독은 전날(13일) 경기를 떠올리며 "지금에야 웃으며 회상할 수 있지만, 끝내기 안타가 됐다면…. 상상만으로 끔찍하다"라고 말했다.
4연패 늪에 빠졌던 kt는 13일 두산전에서 8-4로 앞선 채 9회말 수비를 시작했다.
그러나 7-8까지 추격당했고, 2사 2, 3루에 몰렸다.
타석에는 두산 거포 김재환이 서 있었다.
안타 한 개면 kt가 역전 끝내기 패배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김재환은 kt 마무리 김재윤의 6구째를 공략했고, 타구는 오른쪽 펜스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이강철 감독이 '까만 하늘에, 하얀 점'이라고 묘사한 타구였다.
kt 우익수 조용호도 빠르게 반응했다.
외야 펜스를 향해 뒤돌아 달린 조용호는 손을 뻗어 김재환의 타구를 잡아냈다.
kt가 8-7로 승리하며, 4연패 늪에서 탈출한 순간이었다.
동시에 kt 선발 고영표는 입대 전인 2018년 10월 10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916일 만에 승리를 챙겼다.
이 감독은 "짧은 순간에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고 웃었다.
그는 "오늘 오전에 조용호와 김재환 타구에 관해 대화했는데, 조용호가 '바람이 외야에서 홈플레이트 쪽으로 분 것 같다.
타구가 조금 덜 뻗었다'고 말하더라"라며 "13일 경기가 반등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강철 감독은 13일 9회부터 많은 생각을 했지만, 마무리 김재윤에 대한 신뢰는 잃지 않았다.
김재윤은 13일 두산전에서 ⅔이닝 2피안타 1실점 하는 등 올 시즌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40으로 부진하다.
이 감독은 "김재윤의 투구 밸런스가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밸런스를 잡는 과정이다"라며 "우리 팀 마무리는 김재윤이다.
믿고 쓴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시즌 초반 부진도 kt에 큰 상처는 되지 않는다.
지난해 kt는 시즌 초 8경기에서 1승 7패로 밀렸다.
하지만 정규시즌 2위(81승 1무 62패)를 차지하며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올해도 시즌 초반에 3승 5패로 다소 주춤했지만, 많은 전문가가 kt를 '상위권으로 올라올 팀'으로 꼽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