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참패후 조국·靑 비판
文派 "배은망덕" 공격에 '주춤'
존재감 커진 野 초선
김종인과 함께 혁신 주도
선거 이기고 "개혁 계속"
○‘배은망덕’ 논란에 움츠러든 ‘與 초선’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14일 서울 여의도 서울마리나클럽에서 원내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원내대표 경선 후보로 나선 윤호중, 박완주 의원이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당 쇄신 방안과 관련해 초선의원들과 토론을 벌였다.토론에 앞서 더민초는 전체회의를 열어 앞으로의 운영 방향과 전당대회 참여 방식 등을 논의했다. 더민초 간사인 고영인 의원은 “우리 초선들은 ‘친문(親文)’과 ‘비문(非文)’을 나누고 특정인을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배제하기로 했다”며 “초선의 세력화보다는 체계적 소통과 토론을 통해 쇄신안을 지도부에 전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서는 “선거 패배 직후 청와대와 당 지도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던 초선들의 기개가 사라진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오영환·이소영 의원 등 2030세대 초선의원 5명은 지난 9일 별도 입장문을 내고 ‘조국 사태와 관련해 반성이나 사과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 친문 강성 지지층이 이들을 ‘초선 5적’으로 규정하고 비난을 퍼붓자 초선의원들의 발언 수위는 급격히 낮아졌다. 13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민주당 권리당원 일동’ 명의의 성명서가 올라왔다. 성명서는 “선거 패배의 이유를 청와대와 조국 전 장관 탓으로 돌리는 배은망덕한 행태”라고 주장했다.초선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나오고 있는 점도 대오를 와해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당내에서는 일부 강성 지지층에 의해 초선의원들의 개혁 의지가 꺾이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폭력적으로 쇄신을 막는 행위를 좌시하지 말고 소수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다수 당원과 뜻 있는 젊은 의원들을 보호해달라”고 촉구했다.
○중도층 공략 성공으로 날개 단 ‘野 초선’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강성 지지층에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재보선 승리 직후인 8일 민주당 초선의원들보다 먼저 낸 입장문에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당대표를 비롯한 차기 당권에도 잇달아 도전장을 던질 태세다. 국민의당과의 합당 논의가 조만간 마무리되면 김웅, 박수영, 윤희숙, 황보승희 등 초선의원들이 경선에 나설 전망이다. 현재까진 김 의원이 출마 결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민주당과 달리 재·보선 이전부터 꾸준히 당내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해 강민국 의원 등 1970년대생 초선의원을 주축으로 꾸려진 ‘지금부터’라는 개혁쇄신모임은 ‘전직 대통령 사과’ 등 개혁 의제를 주도했다. 당 관계자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로 초선의원들이 주장해온 혁신과 중도층 공략이 먹혀들었다는 데 당내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초선의원들은 국회에서 ‘초선 모임’을 열고 정책위의장 분리 선출 등 혁신방안을 당에 제안하기도 했다. 그동안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와 동시에 선출됐다. 전문성보다는 계파·지역 할당용으로 이용됐다는 비판이 있었다. 윤창현 의원은 “당의 여러 가지 의제들에 더 좋은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초선의원의 희비가 엇갈리는 배경엔 강성 지지층의 존재 여부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에서는 친문 등 극렬 지지자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그렇지 않다”며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태극기 세력’과 거리 두기에 성공하면서 초선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공간이 열렸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 초선의원들이 전당대회에 후보를 내는 방안을 논의 중인 만큼 향후 움직임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오형주/성상훈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