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가 74% "비트코인은 버블"
훨씬 더 높은 물가를 예상하는 이들이 있었나 봅니다. 13일(현지시간) 아침 8시30분 3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발표됐습니다. 작년 3월 시작된 경제 봉쇄에 따른 기저효과로 CPI가 치솟기 시작할 것으로 관측됐었죠. 월가는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2.5% 상승을 예상했었습니다. 그리고 노동부가 발표한 수치는 전월 대비 0.6%, 전년 대비 2.6% 상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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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을 넘어설 것'이란 베팅에 발표 직전 연 1.69%까지 올랐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순간 1.66%로 뚝 떨어졌습니다. 다만 한 시간 정도 흐르자 다시 1.67%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3월 CPI가 예상을 살짝 웃돌았지만 작년 팬데믹으로 인한 기저효과와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3월 CPI 상승의 주된 동력은 에너지(유가) 때문이었습니다(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1.6% 상승에 그쳤음). 작년 3~4월 유가는 배럴당 10달러대까지 급락했었고 그런 기저효과로 3월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5.0%, 전년 대비 13.2% 오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유가는 작년 6월께 배럴당 40달러대로 회복됐던 만큼 이런 기저효과는 오는 6월이면 사라질 것입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예고해온 것처럼 물가 상승은 '일시적'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월스트리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2년 동안 2~2.5% 범위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이 범위에 있는 한 특별히 우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경계감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이 월가 관계자는 "CPI는 5월까지 기저효과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오를 테지만 이후에도 경제가 붐을 이루면서 기저효과가 아닌 경기 과열로 인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도 있다"며 "인플레이션 문제가 생긴다면 그 때부터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의 붐이 시작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블랙록은 "이르면 6월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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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CPI 수치를 소화하면서 연 1.66~1.67% 수준에 머물던 금리는 오후 1시 1.62%까지 급하게 '다이빙'을 합니다. 미 재무부의 국채 30년물 입찰 결과가 '환상적'으로 나온 덕분입니다. 240억 달러 규모 30년물의 낙찰 금리는 연 2.320%까지 떨어졌습니다. 입찰 직전 시장 금리 2.338%보다 1.8bp(1bp=0.01%포인트) 낮았습니다. 응찰률도 2.446배로 지난 달 2.284배보다 크게 개선됐고 지난 여섯 번의 입찰 평균(2.332배)보다도 높았습니다. 특히 외국인 수요를 대변하는 간접수요가 61.0%에 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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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0년물 금리는 1.62% 수준에서 안정적 흐름을 이어갔고, 이는 뉴욕 증시에도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기술주들이 펄펄 살아난 겁니다. 테슬라가 8.6%나 올랐고 오는 20일 신제품 발표를 예고한 애플도 2.43% 폭등했습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 1.01%, 엔비디아 3.09%, AMD 2.05%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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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아침 미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존슨앤드존슨의 백신에 대해 '드물지만 심각한' 형태의 혈전이 나타난 사례 6건을 근거로 사용 중단을 권고한 효과도 더해졌습니다. 알래스카 항공, 아메리칸항공 주가는 각각 1.5% 하락하는 등 경제 재개 수혜주들은 급락하고 '재택근무 수혜주'인 기술주에 매수세가 몰린 겁니다.

결국 S&P 500은 0.33% 올랐고, 나스닥은 1.05% 급등했습니다. S&P 500은 또 다시 사상 최고치 입니다. 반면 다우는 존슨앤드존슨 하락(1.3%) 효과까지 겹치며 0.2% 내렸습니다.

월가에선 존슨앤드존슨 백신 중단이 미 경제 재개 등에는 별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소 아직까지는 말이죠. 모건스탠리는 "이 일이 미국 전체의 면역 노력이나 집단면역 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JP모간은 "부작용 사례는 아주 드물고 잠재적으로 관리 가능할 것"이라며 "우리는 곧 다시 백신 접종이 시작되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노르데아자산운용의 세바스천 갈리 거시전략가는 WSJ 인터뷰에서 "이는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속도가 줄어들고 경제 재개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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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금리 안정세 속에 나타나고 있는 기술주의 재부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초대형 기술주가 주도하고 있는 반면, 고성장 기술주는 부진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일부에선 이를 '나스닥판 우량주로의 탈출'(Flight To Quality)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최근 뉴욕 증시의 거래량이 줄어든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미국 개인투자자들의 거래는 전달보다 33% 감소했습니다. 또 개미들이 몰려있는 무료 주식거래입인 로빈후드의 다운로드 건수도 대폭 줄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젊은 투자자들이 야외 활동을 하느라 주식 거래에 뜸해졌다는 말이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덕분인지, 뉴욕 증시는 최근 투기적 거래가 많이 감소했습니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과 전기차, 수소, 대마초 등 개인들에게 인기있돈 테마주 등이 모두 별달리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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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장 상황은 이날 발표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4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FMS)에서도 드러납니다. 지난 6~12일 실시된 이번 조사엔 533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200명이 참여했습니다. 설문 내용을 요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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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가장 큰 꼬리 위험은 '테이퍼 텐트럼'

가장 큰 꼬리 위험(발생 확률은 낮지만 일단 터지면 큰 충격을 몰고 오는 위험)으로 응답자의 32%가 채권 시장의 테이퍼 텐트럼 을 꼽았습니다. 또 27%는 인플레이션을 지목했습니다. 작년 4월~올 2월까지 가장 높은 위험으로 꼽혔던 코로나 바이러스를 꼽은 이는 15%로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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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세계 경제는 'V자' 성장

세계 경제가 'V'자 모양으로 회복될 것이란 응답자가 50%로 치솟았습니다. 이런 대답은 작년 7월 10%에서 계속 높아져 왔습니다. 전달 48%보다도 2%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반면 'U'자, 'W'자 회복을 예상하는 응답자는 37%로 낮아졌습니다.

또 이들은 세계 경제에 대해 낙관했습니다. 응답자의 90%가 향후 12개월 동안 더 강한 경제를 예상했습니다. 다만 이는 지난 달 91%보다 약간 줄어든 겁니다. 미국 외 다른 지역에서 백신 보급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게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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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기업 이익도 성장

85%가 글로벌 기업들의 이익이 향후 12개월간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것도 역사적으로 높은 수치이지만 지난달보다는 4%포인트 줄어들었습니다.

④ 인플레이션 높아진다

93%는 향후 12개월 이내에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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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금리 상승

10명 중 6명이 향후 12개월 동안 금리가 오를 것으로 봤습니다. 전달보다 8%포인트 증가했으며, 2019년 6월 이후 가장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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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가장 붐비는 거래 기술주, 비트코인

가장 붐비는 거래로는 (계속 감소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30% 이상이 기술주 매수를 꼽았습니다, 그리고 27%가 비트코인을 선택했습니다.

⑦ 비트코인은 버블 74%

그러나 74%는 비트코인을 '거품'이라고 답했습니다. 16%만 '버블이 아니다'라고 봤습니다. 전문 투자자 4명 가운데 3명은 비트코인을 거품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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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증시 버블"은 7% 불과

주식 시장이 거품상태에 있다고 보는 이는 7%에 불과했습니다. 지난달 15%에서 거의 절반 가량이 줄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초기든 말기든)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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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주식 비중증가 62%

62%는 주식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입니다.

⑩ 현금비중 4.1% 소폭 증가

다만 현금비중은 4.1%로 소폭 증가했습니다. 이는 2월 3.8%로 사상 최저치를 찍은 뒤 약간 늘어난 것입니다. 이는 최근 펀드 등으로 자금 유입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관측됩니다.

⑪ 금리 연 2.1~2.3%%이면 증시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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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50%에 가까운 응답자가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2.0%에 달하면 뉴욕 증시에 10% 이상 조정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연 1.75%로 보는 응답자가 25%로 뒤를 이었습니다. 그 다음이 2.25%, 2.50% 순이었습니다. 이들이 예측한 증시 조정을 부르는 금리의 평균은 2.1%였습니다.

이들은 주식에 비해 채권이 매력적일 수 있는 금리 수준을 묻는 질문엔 2.5%라는 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평균적으로는 2.3%가 채권이 더 매력적일 수 있는 수준으로 파악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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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 '리플레이션 트레이드' 소폭 후퇴

투자자 53%가 가치주가 성장주에 비해 상대적 수익률에서 나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가장 선호하는 업종으로는 30%가 은행주를 꼽았습니다. 은행주가 1위가 된 건 2018년 5월 이후 처음입니다. 또 산업주와 제약, 기술주, 소재주가 뒤를 이었습니다. 여전히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을 예상해 수혜주에 투자하는 것)가 살아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머징마켓(EM) 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크게 줄었습니다. 또 필수소비재와 에너지주, 소형주 선호도도 감소했습니다.

4월 펀드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 변화를 총정리하면 EM과 필수소비재, 원자재, 에너지 주식, 그리고 채권에서 돈을 빼내어 기술주와 헬스케어, 리츠(REITs), 은행주 등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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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