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헬스케어는 서울대병원, 서울삼성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가나다순) 등 서울 빅5 병원에 모바일 의료 플랫폼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2017년 설립된 이 회사는 국내 대형 및 중형 병원 42곳에 환자와 병원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앱(응용 프로그램)을 공급했다. 병원 예약부터 실비보험 청구까지 스마트폰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한 앱 ‘청구의 신’도 이 회사가 개발했다.
레몬헬스케어는 대형 병원에서부터 출발해 점차 하급 병원으로 ‘톱-다운’ 방식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소형 병원에 유사한 서비스를 공급한 뒤 중형급 병원에 ‘바텀-업’ 방식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는 경쟁사와 대비되는 전략이다.
올해 IPO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 흑자전환까지 노리고 있는 레몬헬스케어지만 설립 초기엔 운영비용이 바닥나는 어려움을 겪었다. 임치규 레몬헬스케어 부사장과 한상엽 LSK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임치규 부사장(이하 임) 저는 그날 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한상엽 부사장(이하 한) 네, 고민이 참 많으셨던 밤이었죠. 2017년 12월이었던 것 같아요. 레몬헬스케어를 인수하겠다는 기업과 미팅한 다음 날 저녁에 저희가 뵈었죠.
(임 부사장과 한 부사장의 미팅 전날 밤. 홍병진 레몬헬스케어 대표와 임 부사장은 모 IT기업으로부터 인수합병 제의를 받았다. 이 IT기업은 레몬헬스케어를 인수한 뒤 레몬헬스케어의 서비스를 자사의 플랫폼에 얹을 요량이었다. 투자 유치가 성사되지 못할 경우 레몬헬스케어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임 부사장과 홍 대표는 이 기업의 제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했다.)
임 그래도 김 대표(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님이 레몬헬스케어에 투자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주신 덕분에 IPO까지 오게 됐습니다.(웃음)
LSK는 레몬헬스케어에 왜 투자했나
레몬헬스케어와 LSK인베스트먼트의 인연은 레몬헬스케어가 설립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레몬헬스케어를 설립하기 전, 홍 대표는 투자를 요청할 목적으로 LSK인베스트먼트의 김 대표를 찾아갔다. 당시 홍 대표는 대구에 있는 시스템통 합(SI) 업체인 데이타뱅크시스템즈의 대표였다. 김 대표를 만난 홍 대표는 레몬헬스케어의 전신에 해당하는 서비스의 유망성을 설명하며 LSK에 투자를 요청했다. 이때 김 대표의 대답은 ‘예스(yes)’도 ‘노(no)’도 아닌 ‘조건부 수락’이었다.
임 김 대표님은 인적분할을 하면 투자를 하겠다고 하셨죠. 바이오섹터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VC다 보니 일반적인 SI업 체에는 투자하기 어렵다고요.
한 그랬더니 정말 인적분할(스핀오프)을 하고 다시 찾아오셨죠.
임 맞습니다. 그래도 투자를 결정하시게 된 ‘진짜’ 이유가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한 사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서비스가 진짜 제대로 되고 있나 궁금해 레몬헬스케어가 서비스를 시작한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키오스크 외에 레몬헬스케어 부스가 따로 설치돼 있었는데요, 병원을 찾은 어르신들도 레몬헬스케어가 제공한 앱으로 환자 등록과 진료 예약을 비교적 손쉽게 하는 모습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작은 병원이 아니라 서울 ‘빅5’로 통하는 대형 병원 위주로 서비스를 확장해나간다는 점도 유망해 보였습니다. 병원 예약은 물론 병원비 결제, 처방전 수령 및 전 달, 주차, 보험청구까지 병원 자체 시스템 대신 환자 개개인의 스마트폰이 해결해주니까 병원에서도 안 쓸 이유가 없어 보이더군요. 원무과의 업무 등 각종 행정에 드는 비용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고요. 최종적으로 기관투자가끼리 모여 머리를 맞대 보니 공통적인 결론이 나왔습니다. “레몬헬스케어는 누가 봐도 괜찮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죠.
올해 흑자전환 노리는 레몬헬스케어
지난해 레몬헬스케어는 매출 42억 원을 올렸지만 영업손실 67억 원을 냈다. 순손실은 96억 원이었다. 적자를 낸 주요 원인으론 불어난 인건비가 꼽힌다.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사업을 공격적으로 수주하고 이에 맞춰 채용을 하다 보니 지난해 인건비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데이타뱅크시스템즈에서 스핀오프했을 때 7명이던 임직원 수는 어느새 80여 명이 됐다. 사업모델 특례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 위해선 시장에서 차별적인 지위를 갖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최우선적으로 힘쓴 결과다.
임 인건비는 고정비이기 때문에 고객사 병원이 늘어날수록 매출과 영업이익은 덩달아 늘어납니다. 올해 손익분기점(BEP)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말씀이 나온 김에 수익구조에 대해서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 국은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횟수가 압도적인 나라로 꼽힙니다. 통계에 따르면 하루에 300만 명이 병원을 찾습니다. 이 중 레몬헬스케어의 통합서비스를 이용하는 상급종합병원 42곳을 찾는 사람은 100만 명에 이릅니다. 환자들이 개별 병원에 레몬헬스케어가 제공한 앱 ‘청구의 신’을 통해 진료비를 결제하면 여기서 일부 수수료가 레몬헬스케어의 수익으로 잡힙니다. 여기서 수수료는 병원이나 환자가 아니라 카드사나 전자결제 대행업체에서 지불하기 때문에 서비스가 확산되기 좋습니다.
또 앱을 통해 진료내역서를 보험사로 곧장 전달하면 보험사가 레몬헬스케어에 수수료를 지불합니다. 이전까지는 환자가 보통 진료내역서를 병원에서 출력하려면 1만 원 정도를 부담했는데, 앱을 통하면 이 비용도 절약할 수 있어 꾸준히 환자 고객을 유치하는 유입요인이 됩니다. 병원이 늘어날수록 앱 구축비용과 사용료 수익도 늘어나죠.
한 중간에 이탈한 병원은 없을까요?
임 2017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이탈한 고객사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서울 ‘빅5’ 병원 등 대형 병원에 이어 중소형 체인이 많은 병원 등엔 클라우드 시스템 형태로 병원 내 통합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어 이탈 없이 고객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K헬스케어’ 아이콘 될 것
임 경쟁사를 살펴보면 결제라든가 보험금 청구 등 일부 구간을 서비스하는 곳은 있지만 레몬헬스케어처럼 예약부터 보험금 청구까지 A부터 Z까지 풀패키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없습니다. IPO 후엔 공모자금 등에 힘입어 해외시장 개척을 하려고 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로 진출한 차병원과 중국 청도(칭다오) 지역에 진출한 세브란스병원 등을 거점 삼아 레몬헬스케어 서비스를 해외로 수출할 계획 입니다.
한 환자들의 건강 데이터도 빅데이터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임 맞습니다. ‘청구의 신’ 등 레몬헬스케어의 통합서비스의 장점은 환자의 건강 데이터가 병원에 있는 게 아니라 개인의 스마트폰에 있다는 것입니다. 데이터를 전송하는 주체가 환자 개인이고 데이터 또한 매번 전송될 때 암호화되기 때문에 동의만 있으면 빅데이터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또 대형 병원이 주요 고객사이기 때문에 중증 환자들의 데이터가 많아 임상 데이터로도 가치가 높습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의 ‘러브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환자가 병원을 계속 이용할수록 꾸준히 데이터가 추가되기 때문에 특정 질병에 대한 예후를 추적하기 도 좋습니다.
한 개인정보는 민감한 부분이 있을 텐데, 이런 문제는 없을까요.
임 한국거래소 또한 레몬헬스케어의 상장심사를 진행하면서 이 부분을 눈여겨 봤습니다. 법무법인의 상세한 검토가 끝나 관련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신사업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 니다.
임 IPO 이후엔 환자가 갖고 있는 스마트 헬스기기에서 24시간 얻을 수 있는 건강 정보(혈압·혈당 등)를 병원에서 진단해 얻는 데이터에 결합해 좀 더 정확한 진찰을 할 수 있게끔 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또한 스마트 헬스기기에서 얻은 정보로 생체나이 등을 분석한 컨설팅 사업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