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Now] 노바티스·로슈·GSK·사노피…프로탁 기술 선점 나선 글로벌 빅파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글 서근희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
글로벌 시장에서 아직 임상에 진입도 하지 않은 파이프라인이 거금에 거래되고 있다. 그만큼 프로탁 기술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프로탁은 저분자 화합물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일반적인 저분자 화합물은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 표면의 활성 부위 또는 포켓(주머니와 같은 구조)에 결합하여 단백질의 기능을 저해한다.
예를 들어 저분자 화합물 항암제는 인산화 효소의 활성 부위(kinase domain)에 결합하여 활성을 억제한다. 하지만 모든 단백질에서 저분자 화합물이 작용할만한 활성 부위나 결합 포켓이 발견되지는 않아 저분자 화합물만으로 의약품을 개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호 전달에 중요한 조절 역할을 하는 스캐폴드 단백질(Scaffold), P53과 같은 전사 인자, 아밀로이드베타, 타우와 같은 응집 단백질 등은 질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활성 부위가 없기 때문에 해당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치료제 개발은 불가능했다. 반면 프로탁은 이런 저분자 화합물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형님들 다 제친 프로탁의 대규모 빅딜
프로탁에 대해 연구기관과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2016년 베링거인겔하임은 영국의 던디대의 알레시오 시우리 교수와 항암제 및 섬유증 치료제에 대한 연구개발 협력을 체결했다.
노바티스 또한 C4 테라퓨틱스의 설립자인 제임스 브래드너를 중심으로 미국 버클러 캘리포니아공대 (UC버클리)와 함께 2016년부터 ‘undruggable’ 표적 관련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후 프로탁 전문 바이오텍인 아비나스를 선두로 꾸준히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텍과의 협업은 연간 2~3건씩 이루어지고 있다. 계약 규모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5년 MSD는 아비나스의 프로탁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약 생산을 위해 약 4억3000만 달러 규모의 지분 계약을 체결했다.
그 외에도 아비나스는 제넨텍(계약 규모 6억5000만 달러, 2017년), 화이자(8억3000만 달러, 2018 년), 바이엘(1억1000만 달러, 2019년)과 프로탁 기반의 신약 연구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C4 테라퓨틱스는 2016년 자사의 디그로니 미드(Degronimid) 기반의 기술로 전임상 단계의 단백질 분해 신약 개발에 대해 로슈와 총 7억5000만 달러 규모의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했으며, 2019년에는 바이오젠과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의 신경계 질환 치료제 발굴을 위한 4억1000만 달러 규모의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후속 주자들인 누릭스와 카이메라의 기세가 무섭다. 누릭스는 길리어드(최대 5개 후보물질에 대한 라이선스), 사노피와 연달아 각각 25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카이메라 또한 버텍스, 사노피와 각각 7000만 달러, 2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사노피는 2020년 20억 달러 이상의 프로탁 관련 계약을 연달아 체결하며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할 프로탁 기술의 가능성에 강한 신뢰를 보였다.
프로탁 기술은 최근 각광받는 다른 기전들을 제치고 대규모 빅딜을 성사시키며 빅파마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프로탁 관련 빅딜은 합성치사(Synthetic lethality·후보물질 당 3억~4억 달러 규모), 마이크로바이옴(후보물질 당 3억 달러), CAR-NK(후보물질 당 6억~7.5억 달러) 등에 비해 매우 큰 규모의 계약이다.
2001년 프로탁 발명 이후 20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아비나스의 임상 중간 결 과 발표로 프로탁의 효능 및 안전성 등이 입증되면서 파이프라인 가치가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타깃 외에 신규 타깃에 대한 효능 입증으로 프로탁 기술을 검증하게 되면, 기술에 대한 가치가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E3 리가아제 리간드·링커 특허 확보가 관건
현재까지 단백질 분해 목적으로 검증된 E3 리가아제 종류는 VHL, MDM2, cIAP, CRBN 등 5개 내외이며 이는 전체 600개의 E3 리가아제 중 10% 내외 정도이다. 따라서 새로운 E3 리가아제 및 리간드 개발이 필요하다. 신규 E3 리가아제 리간드 개발은 특허 출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예일대는 2011년 VHL 리간드에 대해 가출원을 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VHL 리간드를 활용한 모든 프로탁에 대해 청구를 시도했다.
지난해 가장 뜨거웠던 크리스퍼-카스9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았던 만큼 신규 플랫폼 기술인 프로탁도 향후 임상을 통한 안전성 및 효능 데이터가 누적될수록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치 않는 단백질을 분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타겟 단백질 리간드를 정교하게 설계하면서 이런 부문의 문제점은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아직 상장된 프로탁 기업은 없으나, 비상장 업체들이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국내 업체들 이 풀어야 할 숙제는 E3 리가아제 리간드, 링커 관련 특허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이다. <저자 소개>
서근희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포스텍에서 생명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대신증권, KB증권을 거쳐 삼성증권에서 수석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제약과 바이오 분야를 맡고 있으며 2020년 상반기 ‘한국경제 애널리스트 4’로 꼽힌 바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
프로탁은 저분자 화합물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일반적인 저분자 화합물은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 표면의 활성 부위 또는 포켓(주머니와 같은 구조)에 결합하여 단백질의 기능을 저해한다.
예를 들어 저분자 화합물 항암제는 인산화 효소의 활성 부위(kinase domain)에 결합하여 활성을 억제한다. 하지만 모든 단백질에서 저분자 화합물이 작용할만한 활성 부위나 결합 포켓이 발견되지는 않아 저분자 화합물만으로 의약품을 개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호 전달에 중요한 조절 역할을 하는 스캐폴드 단백질(Scaffold), P53과 같은 전사 인자, 아밀로이드베타, 타우와 같은 응집 단백질 등은 질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활성 부위가 없기 때문에 해당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치료제 개발은 불가능했다. 반면 프로탁은 이런 저분자 화합물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형님들 다 제친 프로탁의 대규모 빅딜
프로탁에 대해 연구기관과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2016년 베링거인겔하임은 영국의 던디대의 알레시오 시우리 교수와 항암제 및 섬유증 치료제에 대한 연구개발 협력을 체결했다.
노바티스 또한 C4 테라퓨틱스의 설립자인 제임스 브래드너를 중심으로 미국 버클러 캘리포니아공대 (UC버클리)와 함께 2016년부터 ‘undruggable’ 표적 관련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후 프로탁 전문 바이오텍인 아비나스를 선두로 꾸준히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텍과의 협업은 연간 2~3건씩 이루어지고 있다. 계약 규모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5년 MSD는 아비나스의 프로탁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약 생산을 위해 약 4억3000만 달러 규모의 지분 계약을 체결했다.
그 외에도 아비나스는 제넨텍(계약 규모 6억5000만 달러, 2017년), 화이자(8억3000만 달러, 2018 년), 바이엘(1억1000만 달러, 2019년)과 프로탁 기반의 신약 연구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C4 테라퓨틱스는 2016년 자사의 디그로니 미드(Degronimid) 기반의 기술로 전임상 단계의 단백질 분해 신약 개발에 대해 로슈와 총 7억5000만 달러 규모의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했으며, 2019년에는 바이오젠과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의 신경계 질환 치료제 발굴을 위한 4억1000만 달러 규모의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후속 주자들인 누릭스와 카이메라의 기세가 무섭다. 누릭스는 길리어드(최대 5개 후보물질에 대한 라이선스), 사노피와 연달아 각각 25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카이메라 또한 버텍스, 사노피와 각각 7000만 달러, 2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사노피는 2020년 20억 달러 이상의 프로탁 관련 계약을 연달아 체결하며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할 프로탁 기술의 가능성에 강한 신뢰를 보였다.
프로탁 기술은 최근 각광받는 다른 기전들을 제치고 대규모 빅딜을 성사시키며 빅파마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프로탁 관련 빅딜은 합성치사(Synthetic lethality·후보물질 당 3억~4억 달러 규모), 마이크로바이옴(후보물질 당 3억 달러), CAR-NK(후보물질 당 6억~7.5억 달러) 등에 비해 매우 큰 규모의 계약이다.
2001년 프로탁 발명 이후 20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아비나스의 임상 중간 결 과 발표로 프로탁의 효능 및 안전성 등이 입증되면서 파이프라인 가치가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타깃 외에 신규 타깃에 대한 효능 입증으로 프로탁 기술을 검증하게 되면, 기술에 대한 가치가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E3 리가아제 리간드·링커 특허 확보가 관건
현재까지 단백질 분해 목적으로 검증된 E3 리가아제 종류는 VHL, MDM2, cIAP, CRBN 등 5개 내외이며 이는 전체 600개의 E3 리가아제 중 10% 내외 정도이다. 따라서 새로운 E3 리가아제 및 리간드 개발이 필요하다. 신규 E3 리가아제 리간드 개발은 특허 출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예일대는 2011년 VHL 리간드에 대해 가출원을 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VHL 리간드를 활용한 모든 프로탁에 대해 청구를 시도했다.
지난해 가장 뜨거웠던 크리스퍼-카스9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았던 만큼 신규 플랫폼 기술인 프로탁도 향후 임상을 통한 안전성 및 효능 데이터가 누적될수록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치 않는 단백질을 분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타겟 단백질 리간드를 정교하게 설계하면서 이런 부문의 문제점은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아직 상장된 프로탁 기업은 없으나, 비상장 업체들이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국내 업체들 이 풀어야 할 숙제는 E3 리가아제 리간드, 링커 관련 특허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이다. <저자 소개>
서근희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포스텍에서 생명과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대신증권, KB증권을 거쳐 삼성증권에서 수석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제약과 바이오 분야를 맡고 있으며 2020년 상반기 ‘한국경제 애널리스트 4’로 꼽힌 바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