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안전공단 "긴급제동시설 설치·보조브레이크 의무화 필요"

제주지역 산간도로 내리막 구간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매년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은 사실상 전무해 사고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서귀포 산간도로 내리막 구간 사고 반복에도 대책은 '깜깜'
12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제주대학교 입구 사거리에서 발생한 대형 인명사고 원인은 내리막길을 주행하던 대형 화물차량 브레이크 장치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산간도로 내리막 구간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해 10월 50대 남성이 몰던 덤프트럭이 516도로 내리막길에서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다른 차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핸들을 틀어 큰 사고를 막았다.

2017년 7월에는 제주대 입구 사거리 인근을 주행 중이던 화물트럭이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도로 옆 임야로 추락해 전도했다.

2014년 8월 같은 장소에서 생수를 실은 화물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택시와 승용차 2대를 잇달아 들이받아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나같이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대형 화물차 브레이크 장치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었다.

대형 화물차가 급경사를 내려오면서 풋브레이크를 반복해 사용할 경우 마찰열로 인해 브레이크 오일에 기포가 생겨 브레이크가 잘 작동하지 않는 '베이퍼 록(Vapor Lock)'이나 라이닝이 손상돼 브레이크가 밀리는 '페이드(Fade)'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516도로와 1100도로 등 제주지역 산간도로는 구불구불한 데다 경사도가 가파른 탓에 브레이크 사용이 잦고 운전하기 까다로운 구간으로 악명이 높다.

그동안 내리막길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도와 경찰 등 관련 기관이 대책 회의를 통해 긴급제동시설 설치와 도로구조변경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지만 예산 부족과 기관별 이해관계 충돌로 실행되지 못했다.

현재 안전시설은 일부 도로 위 미끄럼 방지 포장이 전부인 상황이다.

제주-서귀포 산간도로 내리막 구간 사고 반복에도 대책은 '깜깜'
하지만 또다시 산간도로 내리막 구간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대는 앞서 지난 8일 제주도와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에 대형 화물차의 516도로 운행 금지와 단속을 요청했다.

또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녹지공원화를 바라는 시민들은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제주대 입구 진입 전 일정 구간부터 시속 40㎞ 이하로 속도를 제한해야 한다"며 "또 주요 위험 구간에 속도 단속 카메라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도와 경찰은 이에 따라 특정 도로 구간에 대한 대형 화물차량 통행을 금지하는 '도로교통법 제6조(통행의 금지 및 제한)' 적용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현재 다른 지역에서 대형 화물차량을 대상으로 도로교통법 제6조를 적용한 사례가 있는지 확인 증으로 그 결과에 따라 관련 법령을 검토할 방침이다.

아울러 도와 경찰,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은 13일부터 16일까지 제주대 입구 교차로 개선 실무협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한국교통안전공단 제주본부 오상훈 처장은 "10m 이상 대형 승합차인 시내·전세버스의 경우 2017년부터 일반 브레이크 페달 장치와 별도로 제동력을 높이는 제이크와 리타더 브레이크 등 보조 브레이크 설치가 의무화됐다"며 "이보다 몸집이 큰 화물 트럭도 보조브레이크 설치 의무화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처장은 "또 고속도로나 강원 산간도로처럼 제주 산간도로에도 고운 모래를 깔아 차 제동을 멈출 수 있는 긴급제동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며 "516도로의 경우 성판악, 1100도로는 전망대를 기준으로 서귀포와 제주시 방면으로 1개씩 설치한다면 아찔한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처장은 이와 함께 화물차나 렌터카, 일반차량 등을 구분해 길 안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내비게이션이 안내 시스템 구축도 제안했다.

지난 6일 오후 5시 59분께 제주대 입구 사거리에서 4.5t 트럭이 다른 1t 트럭과 버스 2대를 추돌했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5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를 낸 4.5t 트럭 운전자 A씨는 앞서가던 트럭과 버스 2대를 추돌해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혐의(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로 지난 9일 구속됐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