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군 의료체계 실태조사…"아프다고 말할 수 있어야"
'군 의료 경험' 병사 4명중 1명 "진료 제때 못 받았다"
군대 내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병사 4명 중 1명꼴이 필요한 진료나 검사를 제때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가톨릭대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인권위 연구용역 '장병 건강권 보장을 위한 군 의료체계 실태조사' 결과 군 의료서비스를 받아본 병사 637명 중 24.8%(158명)가 이같이 응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한 병사들이 복수 응답으로 꼽은 원인으로는 '진료를 받을 여유가 부족하다'거나 '부대 내부 분위기로 인해 진료를 받지 않고 참는다'는 취지의 답변이 많았다.

구체적으로는 '훈련·근무로 의료기관에 갈 시간이 없거나 근무지를 비울 수 없어서'가 44.9%, '부대 분위기상 아프다고 말하기 어려워' 27.8%, '대기시간이 길어서' 24.7%, '부대에서 정한 날짜에 일정을 맞출 수 없어서' 23.4% 등이었다.

응답자들을 군별로 분류하면 해군이 제때 진료·검사를 받지 못한 경험을 겪은 비율이 30%로 가장 높았다.

공군과 육군은 25.3%, 해병대는 18.7%로 조사됐다.

의료서비스 이용 여부는 계급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부대에서 정한 단체 외래진료 날짜에 일정을 맞출 수 없어서'라는 응답 비율은 훈련병과 이병이 각각 40.0%, 42.9%였으나 일병은 28.9%, 이병 20.7%, 병장 18.0%로 계급이 올라갈수록 낮아졌다.

'부대 분위기상 아프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응답 비율도 병장은 16.0%에 불과했으나 상병은 36.2%, 일병은 26.3%, 이병은 42.9%였다.

조사팀은 "군의 미충족 의료 경험률은 일반 국민의 경험률인 7.8∼10.8%보다 2∼3배 높다"며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부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군 복무 중 대대·연대급 부대의 의무실, 사단급 이상 부대의 의무대, 군 병원, 해군해양의료원, 공군항공우주의료원, 국군수도병원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현역 간부와 병사 782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이뤄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