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굶주린 배 달래…짚불·양념구이 요리법도 다양
깊은 수심, 낮은 수온에 살아 양식 어려워 '귀하신 몸' 다가오는 여름을 나기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보양식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부산 기장군 토박이들은 하나같이 곰장어(먹장어)를 꼽는다.
길쭉한 몸으로 힘차게 팔딱거리는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힘을 솟게 한다.
실제 곰장어는 숙취 제거와 허약체질 보강에 효능이 있어 과거부터 대표적인 스태미나 음식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기장군민들은 인근 해상에서 잡은 곰장어로 짚불구이와 양념구이로 요리해 먹었다.
다른 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짚불구이는 짚을 태워 철판 위에 직접 구운 요리다.
구운 직후 껍질이 검게 그을리는데, 이를 벗기면 새하얀 속살이 드러난다.
식당 업주 조언에 따라 처음에는 아무런 양념 없이 본연의 맛을 즐겨봤다.
알맞게 익은 곰장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뒤 한입에 넣으면 입안은 불 향과 함께 고소함이 가득 찬다.
쫄깃한 식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질기지 않아 부드럽게 씹힌다.
이조차 심심해질 때쯤이면 기름장에 콕 찍어 파무침을 더해 쌈 싸 먹으면 된다.
씹을수록 흘러나오는 즙은 풍미를 한껏 돋우어준다.
기장 토박이들은 짚불구이 역사가 오래됐다고 말한다.
조선 시대 후기 왜구 침략으로 식량이 부족했던 백성들은 곰장어를 짚이나 마른 가지에 통째로 넣어 구워 먹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경우 골고루 익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후 짚으로 불을 피운 뒤 철판에 구워 골고루 익혔고 현재의 방식이 탄생한 것이다.
기장군에서 곰장어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짚으로 구워 입 안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짚 특유의 불향이 특징"이라며 "짚불구이는 아주 오래된 옛날 방식으로 전통이 있다"고 말했다.
각종 야채, 고추장을 기본으로 만든 양념을 함께 버무려 만든 양념구이도 인기다.
양념 곰장어는 한국전쟁 당시 먹을 것이 부족해진 피란민들이 버려진 곰장어를 양념해 구워 팔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매콤달콤한 양념에 익혀진 곰장어는 부드럽고 쫄깃하게 씹힌다.
양념 곰장어 묘미는 사실 볶음밥이다.
적당히 남은 곰장어와 양념에 밥, 콩나물, 김가루 등 기본 재료를 넣고 쓱쓱 비빈 볶음밥.
명이나물을 한 젓가락 올려 함께 먹으면 고소함과 달콤함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현재 곰장어는 먹을 것이 없어 할 수 없이 먹었던 과거와 달리 '없어서 못 먹는' 존재다.
특성상 깊은 수심, 낮은 수온에 살아 양식이 어려운 탓이다.
또 최근 기후 변화 등으로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오히려 기장군 보다 경남 쪽에서 많이 잡히는 추세라고 한다.
찾는 사람은 많지만, 그만큼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여름이면 공급이 부족해 못 팔 정도다.
이에 대해 2대째 식당을 이어오고 있다는 업주는 "곰장어가 다른 장어보다 비싼 이유"라며 "지금부터 가장 맛있을 시기이니 때를 놓치지 말고 맛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