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PO 미디어데이 달군 말·말·말 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각 구단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8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는 '봄 농구'에 나설 6개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들이 참석해 입담을 뽐냈다.
6강 PO에서 정규리그 4위 고양 오리온과 맞붙는 5위 인천 전자랜드의 김낙현은 매치업 상대인 이대성을 잡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가장 주의해야 하는 선수로 이대성을 꼽은 김낙현은 "이대성으로부터 2대2나 파생되는 공격이 많아서 수비로 잘 막아야 한다.
이대성이 승부처에서 갑옷을 입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을준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대성에게 부담감을 내려놓으라는 취지로 "갑옷을 벗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그런 이대성에게 다시 갑옷을 입으라는 건 이대성이 승부처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상대의 농담 섞인 표현이다.
김낙현은 선수 질문 시간에도 강 감독에게 "이대성이 가끔 갑옷을 입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PO에서 해주실 말씀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강 감독은 "김낙현이 이대성의 진심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대성은 (PO에서) 갑옷은 아니고, '갑바'를 입고 나올 것이다"라며 유쾌하게 답했다.
당초 이대성은 이날 강 감독과 함께 미디어데이에 참가하기로 돼 있었다.
그가 있었다면 더 팽팽한 기류가 흘렀을 터다.
하지만 이대성이 개인 사정으로 나오지 못했는데, 대신 참석한 주장 허일영이 그의 득녀 소식을 전했다.
허일영은 "어제저녁에 이대성이 딸을 낳았다.
밤늦게 전화를 받고 오늘 제가 대신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대성의 빈자리를 채운 허일영은 팬들을 위한 '깜짝 우승 공약'까지 내걸었다.
올 시즌 개막 전 9월 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오리온은 '단체 트월킹(엉덩이춤)'을 세리머니로 약속한 바 있지만, 지키지 못했다.
허일영은 "정신이 없어서 그냥 넘어갔는데, 이번에 PO에서 우승하면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에 맞춰서 춤을 춰보겠다"고 말했다.
선수단 전체가 공약을 지킬 수 있냐고 묻자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선수들에게 가서 한번 말해보겠다"고 한 뒤 "제가 (춤을) 좀 춘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선수들은 재치 있는 말주변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오리온에서 울산 현대모비스로 이적한 장재석은 "왜 오리온에서는 스크린을 열심히 걸지 않았느냐"는 허일영의 질문에 "지금도 잘 못 걸어서 혼난다.
상대 팀에서 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라며 급히 해명했다.
이적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좋은 성적이 나오면 좋은 팀이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내가 후회하는 건 3년 전에 집을 사지 않은 것뿐"이라고 답했다.
전날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국내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은 전주 KCC의 송교창은 "자유투 성공률이 높아졌는데, 하승진(은퇴)이 조언해 준 게 자극이 됐느냐"는 장재석의 질문에 "정신 차리게 도와준 승진이 형에게 고맙다"며 웃어 보였다.
시즌 초반 송교창은 자유투 성공률이 40%대에 그칠 만큼 자유투 난조를 보였는데, 당시 국내리그 자유투 통산 성공률이 52%에 그치는 하승진까지 나서 그에게 조언했다.
송교창은 "이 계기로 연습을 더 열심히 하게 됐다.
자극제가 됐다"며 "사실 (승진이 형이) 꿈에도 나왔다.
승진이 형한테 한 번 더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안양 KGC 인삼공사의 이재도는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자신을 뽑은 KCC 전창진 감독(당시 부산 kt)을 향해 "제가 이렇게 성장할 걸 예상하셨나.
이번 시즌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전 감독은 "정말 많이 성장했다.
김승기 감독의 몫이다.
잘해줘서 고맙다"고 훈훈한 답변을 하고는 "FA(영입)는 우리 팀에 유현준이 없다면 생각해보겠는데, 유현준이 있다.
인삼공사에서 김승기 감독이랑 열심히 하면 좋겠다"며 선을 그어 웃음을 자아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