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나빌레라' 열연 호평…"세대 간 소통 일깨우는 따뜻한 작품"

"9살 손녀가 내가 발레를 하는 장면을 보고 따라 하는 게 어찌나 흐뭇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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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여섯,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를 통해 발레 연기에 도전한 원로 배우 박인환을 최근 강남구 논현동에서 만났다.

그는 손녀가 TV 앞에서 재롱을 피우는 영상을 보여주며 "이번 드라마 도전하길 참 잘했다"고 수줍게 웃었다.

최근 영화 '미나리'로 세계 무대에 선 윤여정과 함께 놀라운 도전 정신과 노익장으로 주목받는 그는 "원작 만화를 봤을 때 감동해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물론 발레를 해야 한다고 해서 걱정은 됐지만, 우리 나이에 이렇게 좋은 작품과 역할을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연기자라면 매 작품에 도전하는 거죠. '나빌레라'도 5~6개월을 매달렸고 중간에 힘든 적도 많았어요.

대본도 외워야 하고, 춤 연습도 해야 하고. (송)강이와 연습 열심히 했죠. 딱 붙는 발레복을 입고 굳은 몸으로 발레를 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서울 밖으로 나가 촬영하느라 시간도 오래 걸렸고요.

그래도 촬영하면서 계속 궁금했어요.

이 작품이 과연 어떻게 어떻게 나올까.

이렇게 온전히 한 작품에 모든 걸 쏟고 나니 자신감도 생겼고요.

이제 뭐든지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웃음)"
50년 차이를 극복한 송강과의 '역(逆) 사제 호흡'은 '나빌레라'의 관전 포인트다.

'나빌레라' 속 박인환이 연기하는 늦깎이 발레리노 지망생 심덕출은 여느 작품에서 노인들이 고집불통으로 그려지는 것과 달리 모든 것에 열려 있고, 손주 같은 채록(송강 분)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시청자들이 덕출을 두고 "이 시대에 필요한 어른의 모습"이라고 호평하는 이유다.

박인환은 "옛날엔 대가족 제도였지만 요새는 1인 가구도 많고 해서 가족 간 대화가 단절된 사례가 많은데 덕출 할아버지는 모든 걸 받아주고, 대화하려 하고, 상대를 이해하려 하니 젊은 사람들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얼마나 힘들어요.

그들도 다 꿈을 꾸고 열심히 사는데 잘 안 풀리고 답답할 거예요.

그런데 어른들이 열심히 안 산다고 하고 혼내기만 하면 어디서 위로를 받겠어요.

덕출이 채록에게 늘 따뜻한 말을 해주는 게 참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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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실제 송강에 대해서도 "처음에 연기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자극을 주니까 점점 나아지고 자신감을 얻더라. 칭찬을 많이 해줬다"고 격려했다.

발레라는 독특한 소재를 내세웠지만 덕출과 채록의 관계, 그리고 덕출의 도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덕출 가족들의 갈등과 화해는 보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박인환은 "덕출의 친구 교석(이영석)은 평생 선박을 팔았지만 정작 꿈이었던 자기 배 한 척으로 항해하는 것은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

교석의 죽음을 보며 덕출은 진짜 좋아하는 걸 해보자고 생각했다.

꿈을 완성해보겠다는 게 아니라 도전 자체를 해보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덕출의 진심에 결국 채록은 물론 아내 해남(나문희)을 비롯한 가족들도 그를 응원하게 된다.

"덕출을 통해 세대 간 소통, 가족의 중요함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어서 뿌듯해요.

요새 자극적인 드라마들이 많잖아요.

물론 그런 작품들을 통해서도 스트레스를 잠시 날릴 수 있겠지만, '나빌레라'처럼 어수선한 사회 속에 사람들을 위로하고 보듬어주는 작품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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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은 최근 윤여정과 나란히 언급되는 데 대해서도 기뻐하면서 "윤여정 씨는 크게 손뼉 쳐줄 일"이라며 "이제 한국도 4명 중 1명이 노인인데, 사람 사는 모습을 그리는 드라마로서 노인의 이야기도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방송 환경이 이제는 갖춰졌다.

더 알차고 다양하게 찍을 수 있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연극만 했던 박인환은 과거 미국 연수를 통해 '배우라면 연극도 매체 연기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은 게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고 회고했다.

"실험 연극부터 브로드웨이 100불짜리 작품까지 다양하게 보면서 배가 고픈데 연극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물론 밑바닥에서 힘들었던 시절이 다 자양분이 되기는 했지만, TV 드라마와 영화에 도전한 게 큰 전환점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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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는 서민 아버지부터 강렬한 악역, 그리고 꿈을 간직한 어른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과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일흔여섯에도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 박인환은 "'나빌레라'처럼 따뜻한 작품을 시청자들께서 많이 봐주셔야 이런 작품들이 계속 나올 수 있다"고 홍보도 잊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