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 막는 바리케이드에 모래포대 사용…군부 "신고하라" 차단 나서
쿠데타가 일어난 지 두 달이 넘은 미얀마에서 복권 판매가 이전과는 달리 극히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비상시국임에도 모래나 자갈 등 골재 수요는 늘어나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미얀마에는 많은 국민이 찾는 8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복권이 있다.
'당신은 이길 수 있다'는 뜻의 아웅바레이(Aung Bar Lay) 복권이다.
이 복권은 현재 한 장에 1천 짯(약 724원)에 판매된다.
1등 상금은 15억 짯(약 10억8천600만원)이다.
미얀마 최저임금이 월 15만짯(약 10만9천원)이니 얼마나 큰 돈인지 상상이 간다.
한 달에 무려 4천만 장씩 정도나 팔렸던 이 복권은 쿠데타 이후로 판매에 '빨간불'이 켜졌다.
군부로 가는 돈줄을 막자며 시민들이 복권 불매운동을 시작하면서 판매량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3월 1일에 추첨 예정이었던 이 복권의 판매가 부진해지자 국세청은 3월 15일로 추첨을 연기했다.
판매가 너무 부진하자 선불 구매한 복권 판매업자들의 환불 요구가 빗발쳤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추첨 기간까지 연장하며 판매량 늘리기에 나선 것이다.
국세청은 3월15일 이후 판매분에 대해서는 4월이 아닌 5월로 추첨일을 연기하며 판매량 증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 툿(Min Htut) 국세청장은 최근 "유통업체와 판매업체들에 판매할 수 있는 편의를 위해 추첨일을 5월1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양곤의 띤깐준구(區)에서 복권 판매업을 하는 A씨는 기자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도 복권 판매가 잠시 줄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중단되다시피 한 적은 없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오칼라파구 길거리에서 카트를 밀고 다니며 복권을 파는 B씨 역시 "지난달에 20만 짯(약 14만5천원) 어치 복권을 샀는데 8만 짯(약 5만8천원) 어치밖에 못 팔았다.
이제는 계란을 파는 게 더 낫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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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대조적으로 쿠데타 시국인데도 모래나 자갈, 벽돌 같은 골재 수요는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2월말 부터 군부 진입을 막거나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해 주민들이 각 마을 입구나 도로 위에 모래나 자갈이 든 포대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었고, 이런 조치가 전국적으로 확산했기 때문이다.
'바리케이드 저항'이 확산하자 군부는 지난달 9일부터 모래나 자갈, 벽돌 같은 골재를 구매할 때 반드시 신고하도록 업자들에게 의무를 지웠다.
시위대나 주민들이 아예 모래나 자갈 등을 사지 못하도록 하려는 조치다.
양곤에서 20년 넘게 골재채취업을 해 온 모 업체 직원인 C씨는 기자에게 "개인에게는 팔지 않는다"고만 반복하다가 한국인이고 많이는 필요 없고 집을 고치려고 조금만 사겠다고 하자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2월 말부터 마을마다 모래포대 장벽이 설치되기 시작하자, 군부는 결국 3월 9일부터 판매를 금지했다"면서 "대외적으로 발표는 신고하라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금지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에게 모래 등을 판매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기 위해 업체 직원들을 날마다 한 명씩 경찰서로 불렀고, '미얀마군의 날'(3월 27일) 이후에야 이를 해제했다"고 덧붙였다.
군부의 판매 금지 조처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나 시위대는 모래를 계속해서 구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골재 채취업체와 거래하던 건설업체는 모래나 자갈 구매가 별문제가 되지 않았기에 시위대는 이들 건설업체로부터 간접 구매를 하거나, 일부 지역은 건설업체가 아예 모래 등을 시민들에게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