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에 이어 SSG전에서도 허무한 도루 허용
안타성 타구는 아웃 처리…"경험 쌓이면 팀 전력 강해질 것"

한화 이글스 수비 시프트의 명암…약점이 된 베이스 커버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로 많은 이목을 끌고 있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구단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영입했는데, 수베로 감독은 겨우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용했던 수비 시프트를 한화에 주입했다.

한화는 상대 팀 타자들의 성향에 따라 수비수들의 위치를 극단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가령 좌익수 쪽 타구를 많이 만드는 타자를 상대로 1루수, 2루수, 유격수를 모두 1-2루 사이에 배치하는 식이다.

'수베로 감독표' 수비 시프트는 효과를 볼 때가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개막전인 4일 kt wiz와 원정경기에선 2-2로 맞선 9회말 수비 2사 1루에서 상대 팀 대주자 송민섭에게 손쉽게 도루를 허용해 패착이 됐다.

당시 수비수들은 수비 시프트 작전을 펴느라 2루 커버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허무하게 진루를 내줬다.

한화 투수 김범수는 크게 흔들리며 볼넷과 끝내기 적시타를 허용해 패배했다.

6일 인천 SSG 랜더스 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원정경기에서도 그랬다.

한화는 1-1로 맞선 3회말 2사 2루 위기 제이미 로맥 타석 때 3루를 비웠다.

3루수 강경학이 유격수 위치 근처에서 수비를 봤는데, 이때 2루 주자 최지훈이 기지를 발휘했다.

최지훈은 한화 투수 라이언 카펜터가 세트 포지션을 잡으려고 할 때 3루로 과감하게 뛰어 도루를 성공했다.

강경학은 급하게 3루 커버에 들어갔지만, 스타트가 늦어 최지훈을 제지하지 못했다.

한화엔 다행스럽게도 실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넘어갈 뻔한 상황이었다.

물론 한화가 수비 시프트로 효과를 본 장면도 있었다.

한화는 1-2로 뒤진 7회 1사 이재원 타석 때 내야수들이 외야 쪽으로 두어 걸음 이동해 수비를 봤는데, 이재원의 타구가 절묘하게 유격수 하주석의 정면으로 날아갔다.

정상 시프트였다면 유격수 키를 넘기는 좌전 안타로 이어질 뻔했지만, 아웃으로 연결됐다.

SSG는 한화의 시프트를 깨려고 변칙 플레이를 하기도 했다.

1회말 SSG 추신수는 한화가 3루 수비를 비우자 기습 번트를 댔는데, 파울로 이어졌다.

타구가 좀 더 안쪽으로 휘었다면 안타가 될 수도 있었다.

한화의 수비 시프트는 아직 불안정하다.

그러나 수베로 감독은 올 시즌 내내 이 작전을 이어갈 생각이다.

수베로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개막전에서 나온 시프트 문제는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며 "실수를 복기하고 연구하면서 팀의 전력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의 실험은 올 시즌 KBO리그의 또 다른 볼거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