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크라운' 나경복 "팬과 함께 기분 좋은 승리"
4세트 7-7로 맞선 상황, 나경복(27·우리카드)의 서브가 OK금융그룹 리베로 조국기의 손을 맞고, 벤치 쪽으로 날아갔다.

나경복이 토종 선수 중 두 번째로 V리그 포스트시즌에서 트리플크라운(블로킹·서브·후위공격 3개 이상씩 성공)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개인 기록 달성은, 팀 최초 기록으로 이어졌다.

우리카드는 6일 서울시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 1차전에서 OK금융그룹을 세트 스코어 3-1(25-21 25-18 23-25 25-22)로 눌렀다.

2013-2014시즌부터 V리그에 참여한 우리카드가 창단 후 처음으로 거둔 '포스트시즌 승리'였다.

나경복은 블로킹 6개, 서브 에이스 3개, 후위공격 3개를 성공하며 18점을 올렸다.

상대 주포 펠리페 알톤 반데로(등록명 펠리페)의 공격을 5번이나 블로킹으로 막아내며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블로킹(종전 5개) 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나경복이 펠리페를 철저하게 차단한 덕에, 우리카드는 수월하게 경기를 치렀다.

나경복은 2010-2011 준PO에서 박철우(당시 삼성화재·현 한국전력)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포스트시즌에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토종 선수로 기록됐다.

'트리플크라운' 나경복 "팬과 함께 기분 좋은 승리"
경기 뒤 만난 나경복은 "펠리페가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꼈는지, 타점이 떨어졌다.

정규리그였다면 내 손을 맞고 튀어 올랐어야 할 공이 블로킹 득점으로 연결되기도 했다"며 "운이 많이 따랐다"고 했다.

나경복의 블로킹은 펠리페와 OK금융그룹의 기세를 꺾었다.

그는 "운이 따랐다"고 했지만, 철저한 분석과 포기하지 않고 뛰어오른 집념도 블로킹 득점의 요인이었다.

나경복은 서브 득점도 3개나 했다.

4세트 7-7에서 이날 세 번째 서브 에이스에 성공하며 트리플크라운을 완성했다.

그는 "욕심을 내려놓으니까, 서브 에이스가 나오더라"라며 "서브 에이스 2개를 한 뒤에는 힘이 들어갔다.

4세트에서는 욕심을 버렸다"고 웃었다.

'트리플크라운' 나경복 "팬과 함께 기분 좋은 승리"
나경복은 2019-2020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우리카드도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규리그 6라운드 진행 중에 리그가 종료되면서, 우리카드는 봄 배구를 즐기지 못했다.

나경복은 구단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2019-2020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현대캐피탈에 2패를 당하고 물러섰던 기억을 2년 동안 가슴에 새겨놓고 있었다.

그는 "그동안 우리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해 아쉬웠다"며 "올해는 봄 배구 첫 경기에서 승리해 다행이다"라고 안도했다.

마침 V리그 남자부가 포스트시즌부터 관중 입장을 제한적(수용인원의 최대 10%)으로 허용하면서, 우리카드는 홈팬들의 응원 속에 포스트시즌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나경복은 "정규리그 때도 팬들께서 TV로 우리를 응원해주셨다.

하지만 체육관에서 함께 호흡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며 "팬들과 함께 기뻐할 수 있어서, 더 기분 좋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