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 우리 정부는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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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미래차·반도체 연대 협력 협의체' 두 번째 공식 회의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사태를 계기로 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과열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정부의 움직임은 더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리 정부는 직접 전면에 나설 경우 국가 간 대결 구도로 비칠 수 있고, 미중 양측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 "관련국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나름의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며 "민간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정부 대응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7일 '미래차·반도체 연대 협력 협의체' 두 번째 공식 회의를 연다.
이 협의체는 지난달 4일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 해결 등을 위해 정부와 자동차·반도체업계가 함께 발족한 모임이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지난달 10일 혁신성장 빅3 추진회의에서 발표한 '차량용 반도체 단기수급 및 산업역량 강화 전략'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정부는 당시 발표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기술 개발에 2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하고, 단기적으로는 차량용 반도체 조달을 위해 출국하는 기업인들에게 출입국 때 자가격리 면제와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관련 민관 협력 사항을 보다 구체화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다수의 차량용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대만 측과도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대만 당국은 최근 자국 반도체 기업인 TSMC가 차량용 반도체 증산을 시작했고, 한국을 포함한 각국에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성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차량용 반도체는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 현상으로, 코로나19 때문에 반도체 공급을 줄인 상황에서 예상보다 경기회복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일어난 것"이라며 "올해 3분기 또는 4분기에는 균형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을 계기로 반도체 공급망을 아예 자국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미·중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우리에게는 중요한 생산기지이자 판매처이다.
올해 3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7.7%로 가장 높다.
1분기(1~3월) 반도체 수출만 보면 대중국 비중이 38.5%에 이르고, 대 미국 비중은 7.1%다.
우리 기업들은 두 강대국의 패권 다툼 속에서 한쪽의 선택을 강요받은 곤혹스러운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장 오는 12일 미국 백악관이 주요 반도체·완성차 기업들과 최근 반도체 부족 사태에 대한 긴급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회의 자리에 초청받은 상태다.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미국이 삼성전자의 미국 내 신규 투자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반도체,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 의약품, 중요 광물 등 4개 핵심 품목의 글로벌 공급망 강화 전략을 100일 이내에 동맹국과 협력해 마련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삼성과 소통을 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말할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공급망 조사 이후 어떤 액션을 취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만큼 우리도 미국처럼 반도체 공급망 상황을 파악해 미국의 행동과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준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실장은 "미국이 단순히 투자 확대만 요구한다면 우리 입장에선 그나마 나은 것"이라며 "그 외에 중국 및 홍콩으로 60%가 가는 메모리반도체 물량을 중국 기업에 팔지 말라고 한다든가, 중국 기업을 상대로 반도체 장비를 공급하지 말라고 한다든가 할 경우엔 대응하기가 어려워진다"고 관측했다.
이어 "미국은 앞으로 계속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이를 인식하고 좀 더 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정부가 반도체 전문가들과 간담회 하면서 의견 많이 듣지만, 기업들이 영업비밀이라고 잘 알려주지 않아 공급망 파악이 어려울 수 있는데 정부와 업계가 잘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직접 전면에 나설 경우 국가 간 대결 구도로 비칠 수 있고, 미중 양측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 "관련국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나름의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며 "민간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정부 대응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7일 '미래차·반도체 연대 협력 협의체' 두 번째 공식 회의를 연다.
이 협의체는 지난달 4일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 해결 등을 위해 정부와 자동차·반도체업계가 함께 발족한 모임이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지난달 10일 혁신성장 빅3 추진회의에서 발표한 '차량용 반도체 단기수급 및 산업역량 강화 전략'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정부는 당시 발표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기술 개발에 2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하고, 단기적으로는 차량용 반도체 조달을 위해 출국하는 기업인들에게 출입국 때 자가격리 면제와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관련 민관 협력 사항을 보다 구체화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다수의 차량용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대만 측과도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대만 당국은 최근 자국 반도체 기업인 TSMC가 차량용 반도체 증산을 시작했고, 한국을 포함한 각국에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성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차량용 반도체는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 현상으로, 코로나19 때문에 반도체 공급을 줄인 상황에서 예상보다 경기회복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일어난 것"이라며 "올해 3분기 또는 4분기에는 균형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을 계기로 반도체 공급망을 아예 자국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미·중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우리에게는 중요한 생산기지이자 판매처이다.
올해 3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7.7%로 가장 높다.
1분기(1~3월) 반도체 수출만 보면 대중국 비중이 38.5%에 이르고, 대 미국 비중은 7.1%다.
우리 기업들은 두 강대국의 패권 다툼 속에서 한쪽의 선택을 강요받은 곤혹스러운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장 오는 12일 미국 백악관이 주요 반도체·완성차 기업들과 최근 반도체 부족 사태에 대한 긴급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회의 자리에 초청받은 상태다.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미국이 삼성전자의 미국 내 신규 투자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반도체,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 의약품, 중요 광물 등 4개 핵심 품목의 글로벌 공급망 강화 전략을 100일 이내에 동맹국과 협력해 마련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삼성과 소통을 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말할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공급망 조사 이후 어떤 액션을 취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만큼 우리도 미국처럼 반도체 공급망 상황을 파악해 미국의 행동과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준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실장은 "미국이 단순히 투자 확대만 요구한다면 우리 입장에선 그나마 나은 것"이라며 "그 외에 중국 및 홍콩으로 60%가 가는 메모리반도체 물량을 중국 기업에 팔지 말라고 한다든가, 중국 기업을 상대로 반도체 장비를 공급하지 말라고 한다든가 할 경우엔 대응하기가 어려워진다"고 관측했다.
이어 "미국은 앞으로 계속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이를 인식하고 좀 더 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정부가 반도체 전문가들과 간담회 하면서 의견 많이 듣지만, 기업들이 영업비밀이라고 잘 알려주지 않아 공급망 파악이 어려울 수 있는데 정부와 업계가 잘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