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문학계의 최대 화두는 '여성'이다.

소설을 필두로 한 산문 문학은 여성 작가들의 손으로 직조한 여자들의 이야기가 대세다.

특히 국내 소설 문학 시장은 작가, 편집자, 독자까지 여성이 주류, 남성이 비주류가 된 지 오래다.

최근 나온 국내외 소설도 여성 작가들이 그려낸 여성 서사가 대부분이다.

이혜경, 김연경, 주영선 등의 신작과 제시 버튼을 비롯한 외국 여성 작가들의 소설이 독자들을 찾아왔다.

등단 40년을 앞에 둔 이혜경은 네 번째 장편소설 '사소한 그늘'(민음사)을 출간했다.

1970년대 가부장적 가장에서 자란 세 자매의 이야기다.

당시 여성들이 그랬듯 이들 세 자매도 여성에게만 금지된 욕망과 꿈을 포기하고 환경에 순응하며 결혼으로 가정을 꾸린다.

폭력적 아버지와 무력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상처와 그늘로 남았다.

늦었지만 지선은 이런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용기를 내기 시작한다.

김연경은 자전적 성격을 띤 소설 '우주보다 낯설고 먼'(도서출판 강)에서 자신의 성장기였던 197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는 풍경을 소환한다.

여성의 시각에서 기록해낸 과거 이야기이지만, 일반적으로 흔한 여성 서사와는 결이 다르다.

소설가 이장욱은 추천사에서 "작가는 '문제적 개인'의 고난과 성장을 통해 역사를 재현하고 논평하려는 전통적 방식보다는, 과거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소위 X세대의 성장담을 사실적으로 기록하려는 서기의 자세를 취한다"고 평했다.

주영선은 세 번째 장편소설 '우리가 사는 이곳이 눈 내리는 레일 위라면'(문학수첩)으로 돌아왔다.

소도시 보건진료소장으로 일하며 장애 아이를 남편 없이 혼자 키우는 여성의 이야기다.

녹록지 않은 현실을 헤쳐가는 여성 연오의 여정을 보여주면서 작가가 초점을 맞춘 부분은 '견뎌내는 것'이다.

지역 운동가이자 아동·청소년 문학가인 김중미의 신작 장편소설 '곁에 있다는 것'(창비)은 전형적이다.

소외 지역을 배경으로 빈곤층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가난을 상품화하려는 정치 권력과 자본주의 논리에 맞서 이들은 '촛불'을 든다.

황현진이 등단한 지 10년 만에 내놓는 첫 소설집 '해피 엔딩 말고 다행한 엔딩'(문학동네)은 젊은 여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단편 11편에 나오는 '딸들'은 아버지의 강요로 성매매를 하게 되거나 술집에서 일하다 만난 손님과 결혼해 더 불행해지거나 타인을 믿고 배려하려다 오해를 받고 폭력의 희생자가 된다.

영국의 작가 겸 배우 제시 버튼의 장편소설 '컨페션'(비채)은 어느 날 사라진 어머니의 흔적을 뒤쫓는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의 역할이 아닌 '나'로서 우뚝 서려는 여성들의 삶을 그린다.

버튼은 이 소설에 대해 "여성들에게 바치는 나의 러브레터"라고 말했다.

이나경 옮김.
'파리의 대마초 여인'(문학사상)은 프랑스 여성 작가이자 형사 전문 변호사인 안네로르 케르의 추리 소설이다.

법무부에서 일하는데도 역설적으로 불법 이민자 신세인 여성 통·번역사가 다량의 대마초를 빼돌리면서 부조리한 정부와 마약 딜러들을 동시에 골탕 먹인다.

이상해 옮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