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상가 개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에 자금을 빌려준 펀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체 투자금 150억원이 모두 손실 위기에 처한 펀드까지 확인됐다. 비슷한 구조의 펀드를 판매하는 금융회사들은 자체적으로 피해 상황을 점검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소비 위축에 분양계약 파기 잇따라

코로나에 PF 된서리…펀드판매 금융사 '비상'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앱솔루트 부산신항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만기가 지난 지 9개월이 되도록 환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펀드는 경남 창원시 다인로얄팰리스 부산신항 1차 오피스텔과 상가를 짓는 사업에 세 차례에 걸쳐 150억원을 투자했다. 규모가 가장 큰 1호 펀드의 설정액은 115억원으로 9개월간 연 환산 4.8% 수익률을 목표로 했다.

오피스텔 분양은 비교적 순조로웠지만 상가 분양률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이 펀드를 판매한 KB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상가 분양률은 4.6%에 불과하다. 투자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23.0%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소비가 위축되자 추가 계약은커녕 상가를 사겠다고 한 사람들의 계약 취소가 잇따랐다”고 말했다. PF 사업의 전체 매출 2222억원 가운데 상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38.3%(853억원)가 넘는다.

이 펀드는 투자에 앞서 다양한 채권보전 장치를 마련했다. 개발 사업의 신탁회사인 KB부동산신탁의 수익금을 가장 먼저 저당잡을 수 있도록 했고, 시공사인 다인건설에 연대보증을 세웠다. 시행사인 와이엘홀딩스로부터는 시행권 포기 각서까지 받아놨다. 하지만 상가가 팔리지 않는데도 그 어떤 안전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펀드운용사인 앱솔루트자산운용은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상환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통보했다.

○또다시 불거진 불완전판매 논란

펀드의 원리금 회수가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자와 펀드 판매회사인 KB증권 등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KB증권은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KB증권 관계자는 “펀드의 투자위험등급을 1등급(매우 높은 위험)으로 안내했고 투자 원리금 회수가 지연되거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충분히 고지했다”고 강조했다. 펀드 위험고지 안내문에도 “투자 원리금 전액이 보장 또는 보호되지 않으며 자산운용회사나 판매회사 등 어떤 당사자도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반면 투자자들은 “KB증권이 실제 투자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차입형 토지신탁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신탁을 받은 회사(KB부동산신탁)가 자금 조달을 책임지는데 상가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당초 467억원이었던 투입 자금이 799억원까지 늘었다. 투자자들은 KB부동산신탁이 자금을 모두 회수하고 난 뒤에야 돈을 찾아갈 수 있다. 한 투자자는 “KB증권에서 펀드를 사면서 KB부동산신탁이 새로 투입한 돈이 무조건 선순위 채권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전혀 듣지 못했다”고 강변했다. KB증권 일부 프라이빗뱅커(PB)도 회사로부터 차입형 토지신탁의 특징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에서는 앱솔루트 펀드 환매 불가와 같은 일이 곳곳에서 불거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가분양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PF 사업 좌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KB증권뿐만 아니라 상당수 펀드 판매회사가 상가 분양과 관련한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자체 조사 결과 이미 10여 곳 이상의 펀드가 난처한 상황에 빠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종서/고윤상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