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승 시지바이오 대표 "골대체제·동종진피로 美 시장 공략 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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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재생의료 제품을 따라하는데 그쳐선 중국 기업의 추격을 피할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인정받은 기술력으로 재생의료 분야의 ‘히든챔피언’이 되겠습니다.”
유현승 시지바이오 대표는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생의료 분야에서 세포 지지체 성장인자 모두에서 기술력을 확보한 국내 유일 기업”이라고 회사를 소개했다. 시지바이오는 줄기세포 기업 일색인 재생의료 시장에서 재료공학 기술로 도전장을 내민 기업이다. 연구원 67명 중 40% 이상이 재료공학 전공 출신이다. 뼈·피부 재생 분야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다.
골대체제로 일본 호주 이어 미국 공략
재생의료 제품을 만들기 위한 ‘3요소’로는 세포 지지체 성장인자가 꼽힌다. 뼈가 부러져 그 간격이 5㎜ 이하로 벌어졌다면 고정만 해줘도 뼈가 붙는다. 하지만 5㎜ 이상 간격이 뜨는 경우엔 인공뼈를 넣어줘야 한다. 이 때 뼈 손실이 생긴 위치에 가장 먼저 넣어주는 게 지지체다. 지지체는 뼈 사이 구조를 만들어주는 골격이다.
이 지지체를 어떤 물질로 만드냐에서 재생의료 소재 기업들의 경쟁력이 갈린다. 시지바이오는 기존 세라믹 소재 대비 충격에 3.5배 강한 소재인 ‘BGS-7’을 보유 중이다. 기존엔 인공뼈의 강도가 약해 척추 사이처럼 하중이 가해지는 부위엔 세라믹 대신 금속, 플라스틱 등의 소재를 골대체제로 사용해야 했다. 금속은 강도가 너무 강해 뼈가 주저앉는 문제가, 플라스틱은 뼈와 직접 붙지 않아 다른 골대체제와 함께 사용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시지바이오의 신소재를 활용하면 다른 골대체체를 사용할 필요 없이 적정한 강도의 지지체를 척추 마디 사이에 넣을 수 있다. 이 지지체 속에 투여된 줄기세포가 골세포로 분화하면서 손실된 뼈를 대체하는 새로운 뼈가 만들어진다.
이 회사는 재생의료 3요소 중 하나인 세포 쪽에서도 기술력을 확보했다. 45분 만에 지방 약 50cc에서 재생 가능한 줄기세포만 추출하는 장치인 ‘셀유닛’을 개발했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에서 품목허가도 획득했다. 시지바이오는 대량의 줄기세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대웅제약과 지방유래 줄기세포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도 맺었다.
“골생성 촉진 단백질로 제품 차별화”
시지바이오는 지지체에 뼈 생성을 촉진하는 성장인자도 넣었다. 재생의료 3요소 모두에서 기술력을 확보한 셈이다. 이 회사의 골대체제 제품인 ‘노보시스’는 세라믹 합성 지지체에 골형성 촉진 단백질인 ‘rhBMP-2’를 가미한 의료기기다. 이 단백질은 줄기세포가 골세포로 빠르게 분화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시지바이오는 치과용으로 2013년 노보시스를 첫 출시한 뒤, 2017년 정형외과용으로 사용 영역을 넓혔다. 골형성 단백질을 함유한 골대체제를 출시한 기업은 메드트로닉과 시지바이오, 단 두 곳뿐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시지바이오는 ‘노보시스로 2019년 일본 니혼조끼와 6000억원 규모, 인도 이리스라이프사이언스와 360억원 규모, 지난해 10월 호주 라이프헬스케어와 2000억원 규모 계약을 연이어 체결했다. 올해엔 미국 진출을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유 대표는 “메드트로닉은 미국 화이자에서 골형성 단백질을, 미국 인테그라라이프사이언시스에서 지지체를 공급받아 조립만 한다”며 “골형성 단백질과 지지체 양쪽에서 상용화 수준의 기술력을 모두 확보한 기업으론 우리가 세계 유일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기기 매출 세계 1위 기업인 미국 메드트로닉은 골형성 단백질이 포함된 골대체제로 미국에서만 연간 8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현지 유통사를 물색해 메드트로닉이 독점한 미국 시장에 경쟁 제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무균 기반 AATB 인증 획득 국내 최초”
시지바이오는 미국 시장 공략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무기를 하나 더 얻었다. 지난 2월 미국조직은행연합회(AATB)로부터 인체조직 가공업 품질관리 시스템 인증을 획득한 것이다. 무균 공정으로 인체조직 가공업에 대해 AATB 인증을 보유한 민간 기업은 국내에서 시지바이오가 처음이라는 게 유 대표의 설명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의료기기 허가를 받더라도 AATB 인증을 획득하지 않으면 현지 대학병원 등 의료기관 진출이 쉽지 않다.
이번 인증 획득을 바탕으로 시지바이오는 미국 동종진피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화상 등으로 피부가 손상되는 경우, 사체에서 피부를 떼어내 가공한 뒤 이식하게 된다. 이 때 이식하는 피부가 표피 밑에 있는 진피다. 이 진피를 이식하기 위해선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피부 속 세포들을 죽이고 멸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공 피부도 있지만 현재까진 탄성이 떨어져 관절 부근에선 사용이 어렵다.
시지바이오는 AATB 인증을 받은 무균 공정으로 동종진피 제품을 공급 중이다. 유방재건술에 쓰이는 ‘시지덤원스텝’과 ‘시지리알로퍼티’ 등이 대표 제품이다. 두 제품 모두 유방을 재건해 피부를 더 채워줘야 할 때 쓰이지만 수술 범위에 따라 제품군을 나눴다. 시지바이오는 그간 국내 공급이 대부분이었지만 미국 등 해외로도 적극적으로 수출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3D프린팅, HA 필러로 신사업 개척
차세대 성장동력도 준비됐다. 시지바이오는 맞춤형 인공뼈를 공급하기 위해 3차원(3D) 프린팅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기존 인공뼈 제품이 완제품 형태로 공급됐다면 환자의 뼈 손실 상태에 따라 3D 프린터로 맞춤형 인공뼈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지바이오는 지난 2월 ‘이지메이드 리졸브’라는 3D프린팅 기반 인공뼈 소재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이 제품은 기존 세라믹 인공뼈 소재에 생분해 기능을 추가한 고분자 물질을 탑재했다.
유 대표는 “지난 1월 국내 3D프린터 기업인 ‘일루미네이드’를 합병하면서 3D프린팅 기술을 확보했다”며 “비(非)분해성 소재를 결합해 탄성을 개량한 인공뼈 소재도 출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론 미용 사업에서도 유의미한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상피세포성장인자(EGF)를 넣은 히알루론산(HA) 필러로 올 상반기 중 국내 허가 임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동물실험은 마쳤다. EGF가 항노화 작용을 하는 만큼 피부 속 부피를 채우는 역할에 집중하는 기존 필러와 제품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게 유 대표의 설명이다.
유 대표는 “재생의료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가 하기엔 작고, 스타트업이 진출하기엔 크다”며 “일본, 미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 뼈·피부 관련 재생의료기기로 매출을 늘리면서 미용, 스텐트 분야에서 신제품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유현승 시지바이오 대표는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생의료 분야에서 세포 지지체 성장인자 모두에서 기술력을 확보한 국내 유일 기업”이라고 회사를 소개했다. 시지바이오는 줄기세포 기업 일색인 재생의료 시장에서 재료공학 기술로 도전장을 내민 기업이다. 연구원 67명 중 40% 이상이 재료공학 전공 출신이다. 뼈·피부 재생 분야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다.
골대체제로 일본 호주 이어 미국 공략
재생의료 제품을 만들기 위한 ‘3요소’로는 세포 지지체 성장인자가 꼽힌다. 뼈가 부러져 그 간격이 5㎜ 이하로 벌어졌다면 고정만 해줘도 뼈가 붙는다. 하지만 5㎜ 이상 간격이 뜨는 경우엔 인공뼈를 넣어줘야 한다. 이 때 뼈 손실이 생긴 위치에 가장 먼저 넣어주는 게 지지체다. 지지체는 뼈 사이 구조를 만들어주는 골격이다.
이 지지체를 어떤 물질로 만드냐에서 재생의료 소재 기업들의 경쟁력이 갈린다. 시지바이오는 기존 세라믹 소재 대비 충격에 3.5배 강한 소재인 ‘BGS-7’을 보유 중이다. 기존엔 인공뼈의 강도가 약해 척추 사이처럼 하중이 가해지는 부위엔 세라믹 대신 금속, 플라스틱 등의 소재를 골대체제로 사용해야 했다. 금속은 강도가 너무 강해 뼈가 주저앉는 문제가, 플라스틱은 뼈와 직접 붙지 않아 다른 골대체제와 함께 사용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시지바이오의 신소재를 활용하면 다른 골대체체를 사용할 필요 없이 적정한 강도의 지지체를 척추 마디 사이에 넣을 수 있다. 이 지지체 속에 투여된 줄기세포가 골세포로 분화하면서 손실된 뼈를 대체하는 새로운 뼈가 만들어진다.
이 회사는 재생의료 3요소 중 하나인 세포 쪽에서도 기술력을 확보했다. 45분 만에 지방 약 50cc에서 재생 가능한 줄기세포만 추출하는 장치인 ‘셀유닛’을 개발했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에서 품목허가도 획득했다. 시지바이오는 대량의 줄기세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대웅제약과 지방유래 줄기세포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도 맺었다.
“골생성 촉진 단백질로 제품 차별화”
시지바이오는 지지체에 뼈 생성을 촉진하는 성장인자도 넣었다. 재생의료 3요소 모두에서 기술력을 확보한 셈이다. 이 회사의 골대체제 제품인 ‘노보시스’는 세라믹 합성 지지체에 골형성 촉진 단백질인 ‘rhBMP-2’를 가미한 의료기기다. 이 단백질은 줄기세포가 골세포로 빠르게 분화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시지바이오는 치과용으로 2013년 노보시스를 첫 출시한 뒤, 2017년 정형외과용으로 사용 영역을 넓혔다. 골형성 단백질을 함유한 골대체제를 출시한 기업은 메드트로닉과 시지바이오, 단 두 곳뿐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시지바이오는 ‘노보시스로 2019년 일본 니혼조끼와 6000억원 규모, 인도 이리스라이프사이언스와 360억원 규모, 지난해 10월 호주 라이프헬스케어와 2000억원 규모 계약을 연이어 체결했다. 올해엔 미국 진출을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유 대표는 “메드트로닉은 미국 화이자에서 골형성 단백질을, 미국 인테그라라이프사이언시스에서 지지체를 공급받아 조립만 한다”며 “골형성 단백질과 지지체 양쪽에서 상용화 수준의 기술력을 모두 확보한 기업으론 우리가 세계 유일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기기 매출 세계 1위 기업인 미국 메드트로닉은 골형성 단백질이 포함된 골대체제로 미국에서만 연간 8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현지 유통사를 물색해 메드트로닉이 독점한 미국 시장에 경쟁 제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무균 기반 AATB 인증 획득 국내 최초”
시지바이오는 미국 시장 공략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무기를 하나 더 얻었다. 지난 2월 미국조직은행연합회(AATB)로부터 인체조직 가공업 품질관리 시스템 인증을 획득한 것이다. 무균 공정으로 인체조직 가공업에 대해 AATB 인증을 보유한 민간 기업은 국내에서 시지바이오가 처음이라는 게 유 대표의 설명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의료기기 허가를 받더라도 AATB 인증을 획득하지 않으면 현지 대학병원 등 의료기관 진출이 쉽지 않다.
이번 인증 획득을 바탕으로 시지바이오는 미국 동종진피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화상 등으로 피부가 손상되는 경우, 사체에서 피부를 떼어내 가공한 뒤 이식하게 된다. 이 때 이식하는 피부가 표피 밑에 있는 진피다. 이 진피를 이식하기 위해선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피부 속 세포들을 죽이고 멸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공 피부도 있지만 현재까진 탄성이 떨어져 관절 부근에선 사용이 어렵다.
시지바이오는 AATB 인증을 받은 무균 공정으로 동종진피 제품을 공급 중이다. 유방재건술에 쓰이는 ‘시지덤원스텝’과 ‘시지리알로퍼티’ 등이 대표 제품이다. 두 제품 모두 유방을 재건해 피부를 더 채워줘야 할 때 쓰이지만 수술 범위에 따라 제품군을 나눴다. 시지바이오는 그간 국내 공급이 대부분이었지만 미국 등 해외로도 적극적으로 수출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3D프린팅, HA 필러로 신사업 개척
차세대 성장동력도 준비됐다. 시지바이오는 맞춤형 인공뼈를 공급하기 위해 3차원(3D) 프린팅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기존 인공뼈 제품이 완제품 형태로 공급됐다면 환자의 뼈 손실 상태에 따라 3D 프린터로 맞춤형 인공뼈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지바이오는 지난 2월 ‘이지메이드 리졸브’라는 3D프린팅 기반 인공뼈 소재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이 제품은 기존 세라믹 인공뼈 소재에 생분해 기능을 추가한 고분자 물질을 탑재했다.
유 대표는 “지난 1월 국내 3D프린터 기업인 ‘일루미네이드’를 합병하면서 3D프린팅 기술을 확보했다”며 “비(非)분해성 소재를 결합해 탄성을 개량한 인공뼈 소재도 출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론 미용 사업에서도 유의미한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상피세포성장인자(EGF)를 넣은 히알루론산(HA) 필러로 올 상반기 중 국내 허가 임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동물실험은 마쳤다. EGF가 항노화 작용을 하는 만큼 피부 속 부피를 채우는 역할에 집중하는 기존 필러와 제품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게 유 대표의 설명이다.
유 대표는 “재생의료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가 하기엔 작고, 스타트업이 진출하기엔 크다”며 “일본, 미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 뼈·피부 관련 재생의료기기로 매출을 늘리면서 미용, 스텐트 분야에서 신제품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