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종이상자째로 파는 알약의 겉포장을 뜯어서 낱개나 묶음으로 약을 팔았다면 약사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약사 김모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서울 용산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씨는 지난해 2월 한 손님에게 해열제 겉포장을 개봉해 5정을 따로 판매했다. 그러나 약사법 제48조에 따르면 의약품 용기나 포장을 개봉해 내용물을 분할해 판매할 수 없게 돼있다. 의사의 처방전이 있거나, 한약제제를 개봉해 파는 경우는 예외다.
김씨는 자신이 약사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알약을 따로 판 게 아니라, 5정씩 두 묶음으로 되어 있는 제품 구성 가운데 한 묶음을 통째로 팔았기 때문에 위법 소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1심은 김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비록 알약 다섯 개들이 한 묶음을 풀지 않고 그대로 판매했다 하더라도 약사법 위반"이라며 "제품명, 유효기간, 성분, 용법 등 중요 정보가 적혀있는 종이포장을 개봉해 그 내용물 중 한 묶음을 따로 판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2심과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유지하고 각각 항소와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사형이나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며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상고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