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우리를 설레게 하는 AI 향연
서울 지역의 벚꽃이 최근 100년 사이 가장 빨리 개화했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거리 곳곳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겼을 벚꽃 축제인데 코로나19로 인해 ‘거리두기’가 한창이다. 많은 군중이 북적거려야 할 축제가 폐지되거나 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은 축제의 의미마저 새롭게 써내고 있다.

매년 봄이면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축제가 있다. 앞으로 펼쳐질 인간의 삶을 미리 볼 수 있는 GTC 행사가 그것이다. 우리 회사에서 진행하는 축제임에도 늘 새로운 내용이라 놀랍고, 세계적으로 뛰어난 전문가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영상으로 GTC 축제를 즐겨야 하기에 아쉬움도 있지만,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더 가깝게 볼 수 있고,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의 기조연설을 포함해 1400개가 넘는 강연과 데모 시연을 2주간 즐길 수 있기에 욕심도 생긴다.

국내 기업의 활약상도 눈여겨볼 만하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의 개발자들이 최신 기술에 대해 심층적으로 논의하고, 기술을 적용한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여기에 국내 인공지능(AI) 전문가들로부터 실시간 기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여성 기업가를 비롯해 여성 AI 연구자와 과학자 등 뛰어난 여성 연사 수백 명이 의료, 로봇, 자동차, 디자인 등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분야에서 강연을 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열리는 GTC 축제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 콘퍼런스를 줄여서 말하는 것으로, 광범위한 혁신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발표된다. 이 축제에 따라 산업이 재편되고, 인간의 삶의 미래가 어떻게 그려질 것인지 미리 살펴볼 수 있다. 내가 더 관심을 갖는 것은 스타트업의 성장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100만 명 이상의 개발자가 연결돼 있다. 새로운 경험이 생기면 새로운 데이터가 생겨난다고 한다. AI를 훈련시킬수록 AI는 더욱 정교해진다. GTC에선 이를 검증할 수 있다. 모든 산업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첫 단계가 GTC가 되길 기대한다. 세계 자율주행 자동차와 자율형 로봇의 기술 진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는 일은 정말 축제와 같다.

4년 전 한 지인은 AI가 모든 산업과 일상에까지 적용되는 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AI가 과연 우리 삶의 어디까지 스며들었는지 확인해볼 생각에 축제가 더욱 기다려진다. 어느 기업이든 미래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기술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인간의 잠재력을 무수히 펼칠 수 있는 AI 기술의 축제, 설레는 마음으로 4월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