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 수출, 기업 체감경기 등 상당수 지표가 큰 폭으로 개선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부분 경제 지표가 우상향하는 방향을 가리키며 회복해 희망의 깜빡이가 켜져 있는 모습”이라고 했다. 하지만 소비 등 내수가 여전히 부진한 데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늦어져 본격적인 반등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전산업생산지수는 111.6을 기록했다.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 12월 111.5, 지난해 1월 110.3 등보다 높은 수치다.

2월 산업생산은 1월에 비해 2.1% 늘었다. 작년 6월(3.9%) 이후 8개월 만에 최대 폭 증가했다. 제조업 생산이 4.9% 증가했다. D램, 플래시 메모리 등 반도체 생산이 7.2%, 화학제품 생산이 7.9% 늘어났다. 제조업 가동률은 4.2%포인트 증가한 77.4%였다. 2014년 7월 이후 6년7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12월부터 2개월 연속 감소했던 서비스업 생산은 1.1% 증가로 반전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2포인트 올라 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2009년 2월부터 2010년 1월까지 12개월 연속 오른 이후 최장기간 상승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3월 전 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3으로 전달보다 7포인트 뛰었다. BSI가 100을 밑돌면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기업들이 대체로 비관적인 답변을 하기 때문에 100에 한참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3월 BSI 83은 2011년 7월(87) 후 최고치인 것은 물론 2003년 1월~2021년 3월 장기평균(76)을 웃도는 수치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2월(76) 수준도 넘어섰다.

산업생산과 기업 심리가 개선된 것은 수출 호조 덕분이다. 해외에서 수요가 많은 반도체 생산이 급증하고, 수출입 물량과 화물·여객 운송 증가가 반영된 운수·창고업 생산도 4.9% 증가했다. 한은에 따르면 2월 수출물량지수는 109.26으로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다. 지난해 9월부터 6개월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내수 회복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2월 재화소비가 반영된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로는 4년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인 8.4% 증가했지만, 전달과 대비하면 0.8% 감소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화 소비는 위기 전 수준을 상회하는 단계까지 올라왔다”면서도 “서비스 소비를 포함한 전체 소비는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은은 상당수 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코로나 관련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존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작년 8월 코로나19 2차 유행 직전에도 각종 지표가 일제히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올해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한다면 모처럼 회복하던 경제가 다시 침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 국민 백신 접종이 다른 국가에 비해 느린 것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접종률은 1.6%대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적으로 110위권이며 주요국 가운데선 가장 느린 편에 속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30일 “코로나 백신 접종률 차이가 국가별 경제 성적표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김익환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