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범의 별 헤는 밤] 꽃샘추위 속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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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벚꽃의 만개 소식이 들리지만, 천문대로 향하는 벚꽃 길은 아직 소식이 없다. 1주일 전에는 시샘하듯 찬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한겨울 추위에 비해 영하 3도 정도면 따뜻한 온풍임에도 밖에 나가기가 싫었다. 그래도 은하수가 보고 싶어 원격관측 망원경으로 변광성 하나를 관측하면서 달이 지기를 기다렸는데, 살짝 옅은 구름이 나타나서 반갑게(?) 바깥 관측은 포기했다.
변광성 관측은 시간에 따른 별의 밝기 변화를 보기 위해 같은 대상을 밤새 반복해서 찍는다. 그래서 관측은 쉽지만 무척 지루하며, 관측 대상을 바꾸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원격 관측 망원경의 가장 좋은 연구 대상이다. 날씨만 허락하면 해가 지고 다시 뜰 때까지 거의 10시간 이상을 관측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미국 레몬산천문대에 1m 망원경을 설치해 대전에서 원격 관측으로 운영 중인데, 보현산천문대에서 10시간을 관측한 후 이어서 밤이 되는 레몬산천문대의 망원경으로 다시 10시간 이상을 더 관측할 수 있다. 그러면 하루 20시간 이상의 연속적인 관측이 가능하다.
변광성은 계속해서 밝기가 변하기 때문에 하루 중 길게, 가능한 한 여러 날을 이어서 관측할수록 변화 양상을 연구하는 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변광성 관측과 같은 방법으로 밝기가 아주 미세하게 어두워지는 외계행성을 찾기도 하고, 갑자기 밝아지는 신성이나 초신성을 찾을 수도 있고, 움직이는 소행성을 찾을 수도 있다.
관측을 이어가는데, 자동 추적용 가이드 영상이 갑자기 하얗게 변했다. 무슨 일인지 놀라서 관측을 멈추고 망원경 돔이 망원경을 가렸나 보니 정상이었고, 하늘에 구름이 들어왔나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지난여름, 육안으로도 보였던 니오와이즈 혜성을 관측할 때도 천체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이 위성추적과 소행성을 관측하는 망원경의 완전히 열린 돔에 밝은 빛을 비춰 대전에서 원격 관측하던 관측자를 당황하게 한 적이 있다. 얼마 전엔 외부은하를 길게 노출해 관측한 영상에서 유성이 폭발한 듯 밝은 영상이 같이 찍혔는데 그것도 외부 불빛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필자도 사진을 좋아하다 보니 야간에 돔 위로 솟은 은하수를 담을 때면 돔 외벽에 불빛을 비춰 멋진 풍경을 같이 담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낀다. 하지만 관측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천문대에서 불빛을 사용하는 것은 관측자의 허락 없이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천문대에서 불빛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별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몸을 돌려서 뒤쪽의 북쪽 하늘을 보면, 수직으로 뜬 북두칠성을 볼 수 있다. 북두칠성의 국자 손잡이 부분의 휘어진 각도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면 목동자리의 아크투루스와 처녀자리의 스피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그 별자리의 가장 밝은 별이다. 새벽이 되면 봄철의 대표 별자리는 이미 서쪽 하늘에 치우쳤고, 견우, 직녀, 백조자리 등 여름 별자리가 높게 올라온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도록 조금만 더 기다리면 새벽녘의 조금은 어두워진 도시 불빛 위로 은하수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꼬박 밤새 관측한 날이면 멋진 일출을 보는 것은 덤이다.
전영범 <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
변광성 관측은 시간에 따른 별의 밝기 변화를 보기 위해 같은 대상을 밤새 반복해서 찍는다. 그래서 관측은 쉽지만 무척 지루하며, 관측 대상을 바꾸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원격 관측 망원경의 가장 좋은 연구 대상이다. 날씨만 허락하면 해가 지고 다시 뜰 때까지 거의 10시간 이상을 관측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미국 레몬산천문대에 1m 망원경을 설치해 대전에서 원격 관측으로 운영 중인데, 보현산천문대에서 10시간을 관측한 후 이어서 밤이 되는 레몬산천문대의 망원경으로 다시 10시간 이상을 더 관측할 수 있다. 그러면 하루 20시간 이상의 연속적인 관측이 가능하다.
변광성은 계속해서 밝기가 변하기 때문에 하루 중 길게, 가능한 한 여러 날을 이어서 관측할수록 변화 양상을 연구하는 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변광성 관측과 같은 방법으로 밝기가 아주 미세하게 어두워지는 외계행성을 찾기도 하고, 갑자기 밝아지는 신성이나 초신성을 찾을 수도 있고, 움직이는 소행성을 찾을 수도 있다.
관측을 이어가는데, 자동 추적용 가이드 영상이 갑자기 하얗게 변했다. 무슨 일인지 놀라서 관측을 멈추고 망원경 돔이 망원경을 가렸나 보니 정상이었고, 하늘에 구름이 들어왔나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천문대에서 불빛 사용은 안 돼
다시 관측을 시작했는데 이번엔 300초 노출한 영상이 불빛에 노출된 듯 하얀 부분이 나타났다. 1.8m 관측실에 전화해 혹시 천문대 내에 외부 사람들이 다녀가는 것을 봤는지 물어보니 망원경 돔 옆에서 불빛을 비추곤 해서 내려보냈다고 했다. 1.8m 망원경 관측실에는 천문대 전체를 다 살펴볼 수 있는 많은 카메라 화면이 항상 켜져 있어서 날씨를 포함해 외부 상황을 살필 수 있다. 이래저래 불빛 때문에 날아간 관측 자료가 30분 분량 이상이었다.지난여름, 육안으로도 보였던 니오와이즈 혜성을 관측할 때도 천체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이 위성추적과 소행성을 관측하는 망원경의 완전히 열린 돔에 밝은 빛을 비춰 대전에서 원격 관측하던 관측자를 당황하게 한 적이 있다. 얼마 전엔 외부은하를 길게 노출해 관측한 영상에서 유성이 폭발한 듯 밝은 영상이 같이 찍혔는데 그것도 외부 불빛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필자도 사진을 좋아하다 보니 야간에 돔 위로 솟은 은하수를 담을 때면 돔 외벽에 불빛을 비춰 멋진 풍경을 같이 담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낀다. 하지만 관측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천문대에서 불빛을 사용하는 것은 관측자의 허락 없이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천문대에서 불빛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별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견우·직녀 등 높게 올라온 여름 별자리
영하의 기온에 이틀 연속으로 연구실에 앉아 10시간 가까이 관측하고, 새벽 4시가 넘어가니 눈이 감겼다. 이때가 가장 졸리는 시간이다. 이럴 땐 밖에 한 번 나가서 찬 바람을 쐬면 정신이 번쩍 든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면 마주 보이는 기룡산 위로 전갈자리가 머리를 치켜들고 있다. 동쪽 하늘에는 포항 시내 불빛 위로 독수리자리의 견우와 거문고자리의 직녀, 그리고 백조자리의 데네브가 큰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건물 밖으로 나선 순간은 어둠에 눈이 익지 않아 은하수가 잘 안 보이고, 별자리만 뚜렷하게 보인다.몸을 돌려서 뒤쪽의 북쪽 하늘을 보면, 수직으로 뜬 북두칠성을 볼 수 있다. 북두칠성의 국자 손잡이 부분의 휘어진 각도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면 목동자리의 아크투루스와 처녀자리의 스피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그 별자리의 가장 밝은 별이다. 새벽이 되면 봄철의 대표 별자리는 이미 서쪽 하늘에 치우쳤고, 견우, 직녀, 백조자리 등 여름 별자리가 높게 올라온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도록 조금만 더 기다리면 새벽녘의 조금은 어두워진 도시 불빛 위로 은하수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꼬박 밤새 관측한 날이면 멋진 일출을 보는 것은 덤이다.
전영범 <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