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스테이트 만촌역 84㎡형 9억 육박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편하자마자 대구 분양가 급등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심사 제도를 개편한 지 한 달여 만에 대구에서 아파트 분양가가 급등한 사례가 나왔다.

31일 대구 수성구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만촌동에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만촌역' 분양가가 3.3㎡당(84㎡기준) 2천450만원에 책정됐다.

84㎡형 가운데 고층 일부 가구는 분양가가 8억9천926만원으로 9억원에 육박했다.

2019년 5월 수성구 '범어W'의 역대 대구 최고 분양가(3.3㎡당 2천58만3천원)보다 19%나 올랐다.

앞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달 22일 아파트 고분양가 심사 제도를 개편했다.

2016년 8월 고분양가 심사 제도 시행 후 과도한 가격 통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수익 악화를 이유로 분양을 보류하거나 철회하는 일이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분양가 상한선을 보수적으로 설정하다 보니 분양가와 시세 간 격차가 커 청약 시장 과열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받았다고 한다.

개편안은 분양가 책정 시 주변 아파트 시세의 일정 비율(85∼90%)을 상한으로 고려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힐스테이트 만촌역의 경우 주변 아파트 시세(84㎡ 기준 15억원 안팎)가 분양가 책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급등으로 자금 동원력이 부족한 청약자가 주거 선호지역에 내 집을 마련하는 길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청약 과열을 막겠다며 분양가 상승에 빗장을 푼 것이 주거 여건이 좋은 곳에 내 집 마련의 꿈을 꺾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대구는 대부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으로 묶여 있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50%에 그친다.

제도 개편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로또 아파트'는 사라지겠지만 '현금 부자들'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고 분양가가 2년도 안 돼 20%나 오른 것은 지나치다"며 "합리적인 분양가 산정을 위한 당국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