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검정 기준은 아베 정권서 만든 '신학습지도요령'

일본의 교과서 검정은 민간 교과서 제작업체가 편집한 원고 단계의 초중고 교과서를 주무부처인 문부과학성(문부성)이 심사해 사용 가능 여부를 판정해 주는 제도로, 태평양전쟁 패전 후인 1947년 국정교과서제를 대체해 도입했다.

교과서를 국가가 정해주는 일제의 국정교과서 제도가 획일화한 교육을 통해 군국주의를 고취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비판에 따른 대안이었다.

통상 약 1년에 걸쳐 진행되는 심사는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 교과서검정심의회가 맡는다.

심의회는 기술 내용이 문부성의 학습지도요령(學習指導要領)을 따르고 있는지, 학습 범위와 표현은 적절한지 등을 점검한 뒤 검정 의견을 내놓는다.

해당 교과서 제작업체는 검정의견을 토대로 관련 내용을 수정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일본 학교교육법은 문부과학대신(장관)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용 도서(문부성 검정필 교과서)를 사용토록 규정해 검정에서 불합격하면 교과서로서의 생명을 얻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교과서 검정 제도가 일본 헌법 제21조에 규정된 '검열의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검정에서 떨어진 교과서가 일반 도서로 판매되는 것이 금지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열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검열 논란' 일본 정부 교과서 검정…위헌시비 일기도
검정에서 합격한 교과서는 이듬해 지역 교육위원회 등의 채택 절차를 거쳐 봄 신학기부터 사용된다.

일본에선 대략 4년 단위로 초중고 교과서가 이 같은 편집, 검정, 채택의 사이클을 반복하게 된다.

검정 기준이 되는 것은 문부성이 학교교육법 등에 근거해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보는 학습 내용을 정한 학습지도요령이다.

이 요령은 대략 10년 단위로 개정된다.

교과서 제작업체들이 관련 내용을 숙지할 수 있도록 개정안 고시 단계에서 전면 시행까지는 3~4년의 기간을 두게 돼 있다.

이번 고교 교과서 검정 기준이 된 신(新)학습지도요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시절인 2018년 고시된 것이다.

이 요령은 역사와 지리 과목에서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와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이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 일본 영토'라는 내용을 '적확하게' 다루어 영토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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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전의 현대사회 과목에 해당하는 공공(公共) 과목 교과서에선 '일본이 다케시마와 북방영토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을 기술하고,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에 대해선 '해결할 영유권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 '인간의 존엄과 평등, 개인의 존중, 법의 지배' 등의 관점에서 일본 정부가 문제 해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내용을 담도록 해 이 문제를 주요 정책과제로 내세운 아베 정권의 입장을 반영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