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프로리그에서 뛰는 미얀마 축구선수가 군부를 겨냥해 골 세리머니로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가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30일 하리안메트로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셀랑고르FCⅡ에서 뛰는 미얀마 선수 헤인 텟 아웅(19)이 이달 6일 열린 프리미어리그 경기 도중 골을 넣은 뒤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지난달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자 시민불복종 운동을 벌이며, 온·오프라인에서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보여주고 있다.
미얀마 군부의 유혈진압과 무자비한 폭력에 그동안 시민 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2천500명 이상이 체포됐다.
군부는 시민불복종 운동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유명 배우와 감독, 시위 소식을 보도한 기자들도 줄줄이 잡아넣는 상황이기에 헤인 텟 아웅의 세 손가락 경례는 위험을 무릅쓴 행동이다.
말레이시아 축구협회는 헤인 텟 아웅에게 한 경기 출전정지를 명령하고, 또다시 그러한 행동을 되풀이하면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축구 경기 중 공격적인 몸짓이나 말로 누군가를 모욕하거나 반스포츠적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협회 관계자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축구는 인종, 종교, 정치를 초월해야 한다.
축구는 사람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분열시키지 말아야 하며 누구의 편도 들어서는 안 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미얀마 시민들은 출전정지 소식을 SNS에 퍼 나르며 말레이시아 축구협회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헤인 텟 아웅에게는 "용기에 감사를 드린다"며 "어디에 있든 우리의 형제"라고 박수를 보냈다.
미얀마 시민들은 태국 방콕에서 열린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 대회에서 "민주주의를 원한다.
미얀마를 제발 도와달라. 우리는 지금 당장 긴급한 국제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연설한 미스 미얀마 한 레이의 안위도 걱정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