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노매드랜드'·'두 낫 스플릿' 후보에 오른 탓"
"'노매드랜드' 감독 중국 발언 이후 웨이보서 관련 해시태그 사라져"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중국·홍콩서 중계 안된다…이유는?
베이징 출신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가 작품상 등 6개 부문에 올라 중국인들의 관심을 받은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중국과 함께 홍콩에서도 중계방송이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홍콩 영문 일간지 '더 스탠더드'는 29일 홍콩에서 52년 만에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이 생중계 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1969년부터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해온 홍콩 민영방송 TVB 대변인은 '더 스탠더드'에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권을 갖지 않고 있다"며 "순전히 상업적인 이유로 중계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더 스탠더드'는 홍콩의 다른 방송사들도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와 2019년 홍콩 시위를 다룬 '두 낫 스플릿'이 후보에 오른 것이 올해 중계방송이 없는 이유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7일 중국 공산당 선전부가 중국 내 모든 매체에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최근 2년간 아카데미 시상식이 생중계됐다.

중화권에서는 '노매드랜드'가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세계에서 194개의 트로피를 차지한 '노매드랜드'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과 감독상 부문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자오 감독이 2013년 '필름메이커'와 인터뷰에서 중국을 "거짓말이 도처에 널려있는 곳"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화제가 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더 스탠더드'는 해당 발언이 알려진 이후 중국 웨이보에서 '노매드랜드' 관련 해시태그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노르웨이 앤더스 해머 감독이 만든 35분 분량의 다큐 '두 낫 스플릿'은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부터 지난해 6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까지의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두 낫 스필릿'에 대해 "예술성도 부족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각으로 가득찼다"며 상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영화 비평가들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면서, "중국 관중들의 감정을 상하게 할 경우 중국 영화 시장에서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영화 '미나리'가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한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다음달 25일(현시시간)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