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로부터 빌린 원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한 연체율이 지난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기업대출 부실 규모가 커진 데다 개인이 증권사에서 대거 돈을 빌려 주식투자에 나선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빚투'의 그늘…증권사 연체율 급등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자기자본 3조원 이상 8개 대형 증권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평균 연체율(연체액/총여신)은 1.33%로, 2019년 말 대비 0.37%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말 기준 대형 증권사의 총 여신 규모는 63조3100억원이었다. 이 중 고정·회수 의문·추정 손실 등 돈을 떼일 가능성이 있는 고정 이하 여신으로 분류된 액수가 1조4698억원이었다. 원리금 상환이 1개월 이상 지연된 연체액은 8424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연체율 급등은 같은 기간 은행권 연체율이 낮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28%로, 1년 전보다 0.09%포인트 하락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코로나19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원리금 상환 유예 등 조치를 내리면서 은행권 연체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고정 이하 부실자산 비중이 가장 높은 대형 증권사는 메리츠증권(3.21%)이었다. NH투자증권(1.76%), 신한금융투자(1.51%), 한국투자증권(1.17%), 미래에셋증권(1.07%) 등이 뒤를 이었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난 게 연체율 상승을 부채질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개인 신용융자 잔액은 2019년 말 9조2133억원에서 작년 말 19조2214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8월 말 신용공여 부실연체액은 1000억원을 넘었다. 담보로 잡은 주식으로도 원리금 상환이 안 되는 경우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얘기다.

윤 의원은 “금리 상승과 함께 개별 종목의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 담보주식 매도(반대매매)로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연체율 급등은 증권사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