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성공 후 기존 방송사들도 제작…"괴물도 시대상 반영"
안방극장 침투한 크리처극…"붕괴한 사회 표현하는 방식"
'그것'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안방극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좀비 사극 '킹덤'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고 했지만, 이제 지상파에서도 크리처극이 평일 프라임타임에 편성될 정도로 분위기는 급변했다.

물꼬를 튼 건 역시 넷플릭스의 공이 크다.

심의로부터도 광고로부터도 자유로운 넷플릭스는 '킹덤'에 이어 '스위트홈'까지 시대와 배경을 넘나드는 크리처극을 선보이면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장르를 제시했고, 선택도 받았다.

넷플릭스답게 두 작품은 수위도 셌다.

'킹덤' 시리즈가 느릿느릿 걸어 다녀야 할 것 같은 한복을 입고서는 빛의 속도로 달려드는 'K-좀비'를 선보여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면, '스위트홈'은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지는 주민들과 기괴한 괴물들과의 잔혹하고도 치열한 사투를 담아 눈을 붙들었다.

안방극장 침투한 크리처극…"붕괴한 사회 표현하는 방식"
비교적 최근까지도 이러한 장르는 넷플릭스 또는 비지상파에서만 가능하리라 생각했지만, 기존 메이저 방송사들도 해당 장르를 편성하면서 그러한 선입견을 깨졌다.

중국향 설정과 역사 왜곡 논란으로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기는 했지만 SBS TV '조선구마사'는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악령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이에 맞서는 인간들의 혈투를 그린 엑소시즘 판타지극으로 방송 전 주목받았다.

무려 320억원을 투자해 제작된 이 드라마는 악령의 조종을 받아 그들의 계획대로 움직이는 '생시'를 내세워 지상파에서 보기 힘든, 수위 높은 장면들을 선보였다.

OCN도 다음 달 김옥빈과 이준혁을 내세운 새로운 크리처 액션 스릴러극 '다크홀'을 예고했다.

이 작품은 싱크홀에서 나온 의문의 검은 연기를 마신 변종 인간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그린다.

안방극장 침투한 크리처극…"붕괴한 사회 표현하는 방식"
이렇듯 크리처극이 안방극장에 떳떳한 하나의 장르로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는 우선 방송 환경의 변화가 꼽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8일 "넷플릭스를 통해 크리처극이 실현됐고, 시청자들도 이제 '드라마=리얼리티' 공식보다는 웹툰처럼 비현실적인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돼서 지상파에서도 다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깊이 들어가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사회 시스템 붕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킹덤'만 보더라도 결국 사회 시스템 문제를 지적했다.

드라마는 철저히 현실을 반영하는데, 극 중 크리처들도 이 시대의 모습을 반영한다.

욕망으로 망가지는 좀비와, 좀비에게 물렸을 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감염되는 설정은 디지털 시대를 투영하기도 한다.

또 당하는 사람들은 늘 평범한 사람들인 것도 그렇다"고 분석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도 "코로나19와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현실을 도무지 납득하지 못할 때, '초월적 존재'를 떠올리게 된다.

현실의 악과 문제는 아주 구체적으로 그리면서도 '일상을 해치는 존재'를 내세워 그걸 무찌르는 전개가 힘든 시국 속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