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장애인 부부의 출산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한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지난 19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장애인들은 왜 애 낳아요'라는 제목으로 게시한 글에서 "(장애인이) 아이 낳아서 장애를 똑같이 대물림하는 게 이해 가느냐"고 말했다.

글쓴이는 유튜브에서 장애인 부부의 아이가 선천적 장애인으로 태어난 사례를 봤다며 "애는 무슨 죄냐"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지금은 삭제된 이 글은 지난 21일 밤 11시 기준 13만5천 건을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SNS세상] "유전 가능성 희박한데"…장애인 출산에 차별적 시선 여전
장애인 출산과 양육을 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글이지만 추천이 1천여 개로 반대(400여 개)의 2.5배에 달했다.

댓글 600여 개 중에서도 글쓴이 주장에 동조하는 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기도 했다.

◇ 장애인 차별 글, 많은 추천받아…"히틀러가 박수칠 것" 비난도
글에 동조하는 의견을 적은 이들은 자식에게 장애를 물려줄 수 있다거나 양육 환경이 나쁠 것이라는 우려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자신을 선천적 장애인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장애를 물려줄까 무서워 아이 낳을 생각은 없다"고 털어놨다.

아이디 '우*****'은 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한 글에서 "장애인 부모 아래서 자라는 아이를 보면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사회적으로 감당해야 할 문제가 많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애인 출산으로 장애가 대물림될 것이라는 편견은 통계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비장애인 605명을 대상으로 장애인 모·부성권 인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부모가 장애인일 경우 자녀가 장애를 가질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응답이 420건으로 69.4%를 차지했다.

[SNS세상] "유전 가능성 희박한데"…장애인 출산에 차별적 시선 여전
그러나 이 글을 본 다른 커뮤니티 누리꾼은 대부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놨다.

장애인에게도 인권이 있으며, 인권에는 출산의 자유가 포함된다는 지적이다.

청각장애 여성과 결혼했다는 '쏘***'은 보배드림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예쁜 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산다"며 "이런 걱정할 시간에 자기 밥그릇이나 잘 챙겨라"라고 일갈했다.

한 누리꾼은 인종 우월주의를 내세우며 장애인을 대거 학살한 독일 나치 정권에 빗대 "히틀러가 무덤에서 일어나 박수칠 것 같다"고 맹비난했다.

◇ 전문가 "장애 대물림은 편견…인식 개선 노력해야"
전문가들은 장애가 유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철환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 활동가는 "장애 발생 동기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글이 올라오는 것"이라며 "장애인의 90% 가까이가 후천적 요인으로 장애를 얻으며 유전적 요인으로 인한 장애는 극히 일부"라고 설명했다.

2017년 보건복지부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자녀가 장애가 있는 비율은 5.3%에 불과했다.

2016년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연구에서도 장애인 자녀의 장애 비율은 5.3%였다.

장애인 인권 활동가들은 장애인 출산, 육아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활동가는 "장애인 인권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됐지만 장애를 바라보는 인식은 과거 그대로"라며 "전국민 대상 장애 인권교육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장애인 부모가 차별받지 않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도록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결정은 인간의 존엄한 권리"라며 "장애인도 아무 문제 없이 출산과 육아를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도 "정부가 장애인의 재생산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수단을 충분히 제공해 양육에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NS세상] "유전 가능성 희박한데"…장애인 출산에 차별적 시선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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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