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접종자에 부여할 필요성 떨어져…의무휴가 적용시 형평성 논란"
기업에도 유급휴가 권고…접종자의 32.8% "백신접종 후 불편함 겪어" 정부는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됨에 따라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백신 휴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어 백신 휴가 활성화 방안을 확정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접종 후 이상반응이 나타난 접종자는 의사 소견서 없이도 신청만으로 휴가를 받을 수 있다.
통상 접종을 받은 후 10∼12시간 이내에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점을 고려해 접종 다음 날 하루 휴가를 쓰고, 이상반응이 있을 때는 추가로 1일을 더 사용할 수 있다.
총 이틀을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일반적인 접종 후 이상반응이 2일 이내에 호전되며, 만약 48시간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의료기관에 방문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 "모든 접종자에게 휴가 부여할 필요성은 떨어져"…민간 기업에도 권고
백신 휴가는 그동안 접종 후 발열·통증 등으로 근무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다수 보고되면서 대응책 차원에서 마련됐다.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예방접종 이상반응을 모니터링 한 결과 접종자의 32.8%가 '접종 후 불편함이 있다'고 답했고, 이 중 2.7%는 실제로 의료기관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또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이상반응 신고체계를 통해 의료기관에 정식 신고된 사례는 전체 접종자의 1.4% 수준이었고, 무작위로 선정된 요양병원 20개소에서도 약 1.4%(5천400여명 중 75명)의 환자가 이상반응으로 하루 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반응은 보통 접종 후 10∼12시간 이내에 나타나 48시간 이내에 회복되는데 주요 증상으로는 접종부위 통증(28.3%), 근육통(25.4%), 피로감(23.8%), 두통(21.3%), 발열(18.1%) 등의 순으로 파악됐다.
젊은 연령층일수록 불편감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브리핑에서 이런 조사 결과를 거론하면서 "모든 접종 대상자에게 휴가를 부여할 필요성은 떨어진다고 보고,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경우 적극적으로 휴가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손 반장은 "백신 휴가는 의사 소견서나 별도의 증빙자료가 필요하지 않으며, 접종자가 신청하면 적극적으로 부여할 예정"이라면서 "진단서·확인서를 요구할 경우 많은 접종자가 의료기관으로 몰릴 가능성을 우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접종 당일에도 접종에 필요한 시간에 대해서는 공가·유급휴가 등을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백신 휴가는 내달 첫째 주부터 접종이 시작되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보건교사, 또 6월 접종을 앞둔 경찰·소방·군인 등 사회필수인력과 민간 부문에까지 폭넓게 적용될 전망이다.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소속 종사자들에게 각 사업·시설의 여건에 따라 병가나 유급휴가, 업무배제 등의 조치를 하게 된다.
업무배제의 경우도 시설장의 인정을 받으면 유급을 전제로 근무가 인정된다.
또 사회필수인력에 대해서는 인사혁신처·행정안전부의 복무규정에 따라 병가를 적용한다.
아울러 5월 접종이 예정된 항공 승무원에 대해서도 항공사 협의를 거쳐 백신 휴가를 부여할 예정이다.
정부는 특히 기업 등 민간 부문에 대해서도 임금 손실이 없도록 별도의 유급휴가를 주거나 병가 제도가 있을 경우 이를 활용하도록 권고·지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는 각 사업장에 대응지침을 배포하거나 경제단체 및 주요 업종별 협회에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미 접종이 진행 중인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의 경우 관련 협회와의 논의를 거쳐 휴가 사용을 독려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감염병예방법 개정을 통해 접종 후 휴가 부여를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키로 했다.
◇ "의무휴가 적용시 형평성 논란 야기할 위험"
정부는 '의무 휴가'가 아니어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심한 불편감을 호소하는 소수 대상자에 중점을 둔 권고라는 점을 강조했다.
손 반장은 "백신 접종 후 전체적인 불편감을 호소하는 대상자는 3분의 1 정도이고 이 중 근무가 어려울 정도의 이상반응을 보이거나 의료기관을 방문한 경우는 대략 1∼2%로 조사됐다"며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편차를 고려해 백신 휴가를 사용할 인원은 1∼2%보다는 높고 (불편감을 호소한) 30%보다는 낮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정규직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나 가사노동에 종사하는 주부 등에 대해서는 휴가를 부여할 방법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며 "현 상황에서 의무 휴가를 적용한다면 오히려 (직업·업종별)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 부문의 백신휴가 활성화 유인책과 관련해선 "우선은 각 사업장에 지침을 전달하고, 상위 경제단체나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과 함께 기업의 협조를 끌어낼 계획"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직원들이) 얼마나 많이 백신을 접종하는가가 작업 현장의 안전성·생산성과도 직결되는 부분이 있어 큰 애로가 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답했다.
백신휴가 비용에 대한 정부의 예산 지원은 없다.
손 반장은 "민간 기업도 예방 접종이 사업장의 안전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이자 기업의 이익과도 이어져 있어 '정부의 재정 지원이 타당한가'하는 논쟁 지점이 있었다"며 "또 정규 근로자 외에도 플랫폼 노동자나 프리랜서 등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한 정부의 비용 지원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민간 부문에 대한 강제 백신휴가를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