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숨 가쁜' 한반도 주변 외교전…한국에 기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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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압박 강화에 중러 밀착 공조로 대응…교차 외교 행보 활기
러 외무, 중국·한국 연쇄 방문…"한국 외교에 부담이자 기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 속에 한동안 잠잠했던 한반도 주변 외교전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중국·러시아 억제 정책이 서서히 가닥을 잡아가면서 이에 맞서는 중러 양국의 공조도 한층 긴밀해지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폐기한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동맹 재규합에 나서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자 중러 양국이 더욱 밀착하며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 일본·인도·호주 정상과 '쿼드'(Quad)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쿼드는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주요국들의 협의체다.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지난 15~18일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을 순방해 중국 견제의 최전선에 있는 양국과의 공조를 다졌다.
블링컨 장관은 뒤이어 24일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 본부를 찾아 중국·러시아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블링컨의 유럽 방문 전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2+2 회담은 공동 성명조차 내지 못하고 서로의 이견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세력 규합 행보에 러시아와 중국도 곧바로 대응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22~23일 중국 방문이 그 일환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러시아 외무장관이 알래스카 미중 회담 뒤 곧바로 중국을 방문한 것은 러중 두 나라가 기존 전략협력 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도전에 대한 대응을 조율하려는 의도가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보다 중국에 더 강경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면서 경제 분야를 포함한 양자 관계와 국제 현안에서 러시아와의 공조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쪽에선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에서 '색깔혁명'을 통한 정권 교체를 꾀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이 미국의 헤게모니에 맞서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주장도 나왔다.
라브로프 장관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23일 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서방은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거나 이를 통해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주권국가가 독자적인 발전 경로를 택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다른 나라들이 인정해야 한다면서, 민주주의에 있어 표준 모델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의 홍콩·신장·티베트 문제와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투옥 등을 빌미로 한 서방의 내정 개입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중국은 또 상호 교역 규모가 1천억 달러가 넘는 러시아와의 공조를 통해 미국 달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시도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방중에 이어 미국의 전통 동맹인 한국도 찾아 '배후 다지기'에 나섰다.
한러 수교 30주년에 맞춘 양자 협의를 우선으로 한 방문이지만 한국이 미국의 중·러 억제 정책에 깊숙이 참여하는 상황을 막아보려는 '배후 단속' 의도도 있어 보인다.
라브로프 장관은 25일 정의용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아태지역에서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북아 지역에서 다양한 분야에 걸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자 구상들의 진전에 대한 평가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줄곧 주장해온 동북아 안보협의체 창설 구상 등이 거론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는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동력인 '쿼드' 확대에 참여할 가능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라브로프는 방한에 앞서 연합뉴스와 한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특정 국가 억제를 목표로 하는 '블록화'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한국의 참여를 에둘러 경계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역사적 분쟁(러일전쟁)과 현재 진행형 갈등(쿠릴 영토분쟁)으로 껄끄러운 일본보다 미국의 동맹이면서 동시에 미중 간 균형 외교를 추구하는 한국에 새삼 높아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한국은 러시아의 높아진 한반도에 대한 관심으로 부담이 더 커졌다.
하지만 처신하기에 따라선 운명적으로 주변 강국들 사이에서 제 입지를 정해야 하는 한국 외교의 운신 폭이 더 넓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연합뉴스
러 외무, 중국·한국 연쇄 방문…"한국 외교에 부담이자 기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 속에 한동안 잠잠했던 한반도 주변 외교전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중국·러시아 억제 정책이 서서히 가닥을 잡아가면서 이에 맞서는 중러 양국의 공조도 한층 긴밀해지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폐기한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동맹 재규합에 나서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자 중러 양국이 더욱 밀착하며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 일본·인도·호주 정상과 '쿼드'(Quad)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쿼드는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주요국들의 협의체다.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지난 15~18일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을 순방해 중국 견제의 최전선에 있는 양국과의 공조를 다졌다.
블링컨 장관은 뒤이어 24일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 본부를 찾아 중국·러시아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블링컨의 유럽 방문 전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2+2 회담은 공동 성명조차 내지 못하고 서로의 이견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세력 규합 행보에 러시아와 중국도 곧바로 대응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22~23일 중국 방문이 그 일환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러시아 외무장관이 알래스카 미중 회담 뒤 곧바로 중국을 방문한 것은 러중 두 나라가 기존 전략협력 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도전에 대한 대응을 조율하려는 의도가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보다 중국에 더 강경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면서 경제 분야를 포함한 양자 관계와 국제 현안에서 러시아와의 공조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쪽에선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에서 '색깔혁명'을 통한 정권 교체를 꾀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이 미국의 헤게모니에 맞서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주장도 나왔다.
라브로프 장관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23일 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서방은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거나 이를 통해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주권국가가 독자적인 발전 경로를 택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다른 나라들이 인정해야 한다면서, 민주주의에 있어 표준 모델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의 홍콩·신장·티베트 문제와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투옥 등을 빌미로 한 서방의 내정 개입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중국은 또 상호 교역 규모가 1천억 달러가 넘는 러시아와의 공조를 통해 미국 달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시도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방중에 이어 미국의 전통 동맹인 한국도 찾아 '배후 다지기'에 나섰다.
한러 수교 30주년에 맞춘 양자 협의를 우선으로 한 방문이지만 한국이 미국의 중·러 억제 정책에 깊숙이 참여하는 상황을 막아보려는 '배후 단속' 의도도 있어 보인다.
라브로프 장관은 25일 정의용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아태지역에서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북아 지역에서 다양한 분야에 걸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자 구상들의 진전에 대한 평가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줄곧 주장해온 동북아 안보협의체 창설 구상 등이 거론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는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동력인 '쿼드' 확대에 참여할 가능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라브로프는 방한에 앞서 연합뉴스와 한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특정 국가 억제를 목표로 하는 '블록화'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한국의 참여를 에둘러 경계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역사적 분쟁(러일전쟁)과 현재 진행형 갈등(쿠릴 영토분쟁)으로 껄끄러운 일본보다 미국의 동맹이면서 동시에 미중 간 균형 외교를 추구하는 한국에 새삼 높아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한국은 러시아의 높아진 한반도에 대한 관심으로 부담이 더 커졌다.
하지만 처신하기에 따라선 운명적으로 주변 강국들 사이에서 제 입지를 정해야 하는 한국 외교의 운신 폭이 더 넓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