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본주의를 말한다·욕망과 파국

▲ 문화, 세상을 디자인하다 = 최병구 지음.
30년간 문화예술정책 업무를 두루 맡은 정통 관료 출신인 저자가 '문화주의(Culturalism) 시대'를 선언한 책.
문화주의란 문화적 가치가 세상을 바꾸어 가는 최고의 힘이라고 믿는 것이다.

문화주의는 인문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자기 초월적이며 이타적 속성을 갖는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물질적으로 성장했지만, 사회적 양극화와 이에 따른 불평등, 세대·지역·젠더 간 대립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지금이 바로 "문화주의적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인간의 존엄과 문화적 가치로 충만한 문화 사회의 길로 인도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문화주의 선언문 격인 이 책은 왜 문화주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보고서이자 어떻게 문화주의로 갈 것인지를 제시하는 지침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기원전의 라스코 동국 벽화부터 방탄소년단(BTS)과 영화 '기생충'까지, 서양의 기계론적 자연관이 가져온 폐해와 문화예술이 21세기의 '오래된 미래'가 돼야 하는 이유, 그리고 문화예술창작활동에 대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지원정책 및 그 과정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문화주의의 필요성과 방법론을 조명한다.

모과나무. 199쪽. 1만4천500원.
[신간] 문화, 세상을 디자인하다
▲ 농본주의를 말한다 = 우네 유타카 지음. 김형수 옮김.
일본 도쿄농업대학 객원교수이자 현역 농부, 농(農) 사상가인 저자가 농본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한 책.
저자는 '농본'을 단순히 "농사가 나라의 근본이다"라는 식이 아니라 "천지자연의 은혜는 농사가 토대를 이루기 때문에 받을 수 있고, 또 그것을 받게 해주는 농사가 있기 때문에 은혜가 된다"는 점으로 설명한다.

'천지자연의 은혜'는 식량만이 아니라 천지 속에서 일하는 것, 자연환경, 지역사회, 전통문화도 포함된다며 이런 것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잃어버렸지만, 인간이 본시 가진 것들이라고 말한다.

또 '농본주의'는 "농업을 농사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요약하면서 "농사 중에서 근대화해서는 안 되는 세계를 지키면서 살아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천지자연은 경제가치가 있는 것만을 은혜로 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별다른 것 없는 풍경, 어디에나 있을 법한 고추잠자리, 먹지도 못하는 뱀딸기를 보여주기도 한다"라고 강조한다.

책은 농본주의의 3대 원리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는 농사(와 인간의 삶)는 본질적으로 산업화, 자본주의화, 경제성장과 화합할 수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지역이 중심이 된 자립·자치를 지향한다는 것이며 셋째는 "자연에 대한 몰입, 천지의 품에 안겨서" 살아가는 인생의 태도이다.

녹색평론사. 256쪽. 1만1천원.
[신간] 문화, 세상을 디자인하다
▲ 욕망과 파국 = 최성각 지음.
환경운동하는 소설가인 저자가 '환경책'들을 읽고 쓴 독서잡문집.
문인이 저자는 '생명에 대한 책'에 경도된 이유를 "탐미주의를 앞세워 사적인 완성을 소망하고 있는 문학주의자들의 책들보다도 환경책으로 간주되는 책들이 더 정직하게 '지금의 절박한 현실'을 다루고 있으며 비극적인 토대에서 비롯되었지만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며, 생명에 대한 외경심과 인간 종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진지한 반성, 그리고 '아직은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낙관론으로 채워져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은 기후위기를 다루는 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책들은 저자가 환경운동이라는 길을 가게 해준 더글러스 러미스의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와 기후변화에 관한 그레타 툰베리의 호소에 화답하고 한국 사회에 행동을 촉구하는 '1.5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마크 라이너스의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 캐이티 앨버드의 '당신의 차와 이혼하라' 등이다.

아울러 '새끼 표범', '초록 눈 코끼리'와 같은 그림책도 다루며 세풀베다의 '연애 소설 읽는 노인',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와 같은 문학작품도 소개한다.

동녘. 264쪽. 1만6천원.
[신간] 문화, 세상을 디자인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