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승리 위해 의기투합…서울시 연정·합당 놓고 '동상이몽'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허니문'이 뜨겁다.

단일화 협상에서 쌓은 '미운 정'을 야권 승리를 위한 의기투합으로 승화하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그러나 저류에서는 단일화를 계기로 제1야당 안으로 진입해 야권 전체를 품으려는 안 대표의 정치적 야심에 대한 경계 심리도 감지된다.

그 연장선에서, 가까스로 피워올린 범야권 대통합의 불씨가 4·7 재보선 이후 불꽃 튀는 주도권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안 대표는 25일 오후 덕수궁 대한문 앞 광장에서 첫 합동 유세를 벌인다.

특히 안 대표의 '천적' 역할을 자처해온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묵은 감정을 풀고 안 대표와 거리에서 조우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하지 주목된다.

안 대표는 표면적으로 국민의힘에 '안착'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참석해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은 장면은 야권 전체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지자들도 오 후보와 안 대표의 '아름다운 단일화'로 서울 탈환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분위기여서, 당분간 원만한 상황 관리에 공을 들일 전망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안 대표가 이렇게 표를 몰고 와줬으니 그를 홀대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며 "진심으로 환영해야 국민도 알아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물밑에서는 양측이 새로운 긴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 대표가 단일화 패배 4시간여 만에 "신발 끈을 고쳐 매겠다", "시대가 준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히자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당을 접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단 큰 틀에서 합의된 '서울시 연립정부'의 밑그림 작업은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서로 원하는 연정의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안 대표 측은 인사에서의 확실한 지분을 원하고 있다.

야권 승리의 '일등공신'으로서 서울시를 말 그대로 공동 경영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느슨한 정책 연대를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후보의 전향적인 태도와 달리 당에서는 "단일화되면서 끝난 얘기"라는 반응도 나온다.

재보선 이후 '김종인 비대위'가 막을 내리고 국민의힘 내 당권 경쟁과 안 대표의 야권 통합 시도가 충돌하게 되면 선거 승리를 위해 감춰둔 양측 간 동상이몽이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안철수, 윤석열이 야권의 신 트로이카 체제를 형성했다"며 "단일화에서 졌지만 손해 본 것은 없다"고 자평했다.

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대표는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며 "대선에 나서려면 당내 주자들과 경쟁해서 이겨내야 한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