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들어 '관대한' 이민정책으로 중남미발 밀입국자 급증
'이민 길목' 멕시코 정부의 사전 단속 정책 논의
미·멕시코, 급증하는 미국행 밀입국 고위급 논의
미국과 멕시코의 고위급 당국자가 멕시코에서 만나 질서 정연하고 안전한 미국행 이민자 문제를 논의했다고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외무장관이 23일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양국 정부가 이민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특히 성인 보호자 없이 혼자 미국의 국경을 넘는 어린이 밀입국자의 안전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로버타 제이콥슨 전 멕시코주재 미 대사 겸 백악관 국경문제 담당 수석 보좌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멕시코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멕시코 측에서는 외무부의 국장급이 나왔다고 백악관이 확인했다.

WSJ는 양국의 이번 고위급 회의가 조 바이든 미 정부 출범 이후 중남미인의 미국행 밀입국이 지난 20년만에 가장 많은 수준으로 급증한 가운데 이뤄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 국경순찰대에 따르면 2월 한 달 미국 남부 국경을 몰래 넘다가 약 9만7천명이 체포됐다.

또 성인 보호자 없이 '나홀로' 밀입국하려는 미성년자가 지난 3주간 하루 평균 523명 적발됐다.

이런 추세라면 3월 한 달 미성년자 밀입국자는 1만6천명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3일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정부가 이민자를 더 잘 대우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됐다"라며 "이 때문에 멕시코와 중남미인이 미국 국경을 넘는 일을 조금 더 쉽게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미국행 밀입국자 급증이 이제 시작한 정부의 시험대로 떠오르자 바이든 행정부는 체포, 구금과 같은 일시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밀입국의 길목인 멕시코와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WSJ는 해설했다.

멕시코 정부는 지난주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인접한 과테말라와 국경 통과를 필수적 목적으로 제한하고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남부 국경에 군경과 이민국 단속 요원을 증강했다.

이런 조처는 '우연하게도' 미국 정부가 멕시코에 코로나19 백신(아스트라제네카) 270만 접종분을 주기로 합의한 날 시행됐다.

미국행 밀입국이 급증했던 2019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는 멕시코 상품에 대한 관세를 올리겠다고 압박했고, 이에 멕시코 정부는 국경에 2만5천명의 병력을 투입해 미국행 이민행렬이 상당히 감소한 적 있다.

중남미발 불법 이민자를 줄이려고 트럼프 정부는 채찍을, 바이든 정부는 당근을 제시한 셈이다.

미·멕시코, 급증하는 미국행 밀입국 고위급 논의
백악관은 미국 대표단이 멕시코에 이이 과테말라를 방문해 고위 관리와 시민운동 단체를 만나 "이민의 근본 원인을 다룰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대표단에 포함된 후안 곤살레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서반구 담당 국장은 "바이든 정부는 중남미 정부들과 부패, 마약 밀매, 돈세탁을 법적으로 다루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이들 범죄에 관련된 이를 제재하겠다"라고 말했다.

중남미의 부패, 빈곤, 치안 불안이 미국행 불법 이민의 근본 원인이라고 보고 이를 뿌리 뽑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밀입국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관대한 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공화당의 공세뿐 아니라 밀입국자를 당장 받아야 하는 남부지역의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의 요구 때문이기도 하다.

애리조나주의 민주당 의원들은 밀입국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022년 중간선거에서 재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한다고 WSJ는 전했다.

백악관은 불법 이민을 단속하겠다는 라디오 광고를 남미 지역에 내보냈지만 그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텍사스주의 빈센트 곤살레스(민주당) 하원의원은 "미국 정부는 모호하다.

지금은 미국으로 오면 안 되지만 나중에 오라는 것인가"라며 "이게 무슨 메시지냐"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