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트럼프식 일대일 대결 탈피…동맹 복원·다자 압력 중시
서방진영 동시 대중제재는 첫 성과…중국 향한 압박 수위 높일 듯
미중갈등, 한반도에도 영향…"미소 냉전시절과 양상 달라" 평가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이후 초반부터 중국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을 '21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시험'이라고 규정한 데서 보듯 미국 대외 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며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따르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캐나다, 영국과 공조해 중국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고리로 동시다발 제재를 부과한 것은 바이든표 대중 정책의 서막처럼 보인다.

미중 관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1979년 수교 이래 최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협력과 타협보다 갈등과 충돌이 부각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폐기를 공언하면서도 대중 강경 노선만큼은 이어받았다.

중국 견제가 시급하다는 미 조야의 지배적 공감대에 기반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방법론에서 전 행정부와 큰 차이가 있다.

이는 "미국이 돌아왔다.

외교가 돌아왔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말에 함축돼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중 관세전쟁'에서 보듯 중국과 일대일로 맞서는 쪽을 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전통적 동맹이 안보 면에서 미국 군사력에 무임승차하고 경제적으로도 미국을 '돼지저금통'처럼 활용했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으며, 이로 인해 동맹과 관계는 내내 불편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전통적 동맹을 복원하고 국제 현안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민주주의와 인권, 국제사회 규범이란 보편적 가치를 내세우고 동맹 규합을 통해 중국을 포위, 압박하는 다자적 접근법으로 이어진다.

미국이 EU 등과 대중 제재를 발표하기 전 중국을 겨냥한 행보를 부산히 진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 일본, 인도, 호주와 '쿼드'(Quad) 첫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쿼드는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주요국들의 협의체로 불린다.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지난 15~18일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을 순방했다.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인도태평양의 두 동맹을 찾은 것은 중국 견제 목적도 반영된 것이었다.

18~19일에는 미국 알래스카에서 미중 고위급 2+2 회담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열렸다.

미중 갈등 속에 각종 현안을 처음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공동성명조차 내지 못한 채 끝나 협력 대신 이견이 부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사전 정지작업 끝에 EU 등과 인권을 고리로 한 대중국 제재가 발표된 것이다.

유럽이 미국에 힘을 실으며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일대일 성격이던 미중 갈등이 서방진영과 중국의 대결 구도로 확대되는 모양새를 만든 순간이기도 하다.

AP통신은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때 유럽을 우호적인 파트너로 바라봤다며 "그러나 유럽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두달 만에 중국 제재에 동참하면서 이 이미지는 산산조각이 났다"고 말했다.

미국은 다른 서방국가도 중국의 부상과 횡포를 우려하는 만큼 자신들이 앞장서면 미국 편에 설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에는 EU 회원국 정상들의 화상 회의에도 참석한다.

블링컨 장관이 지난 18일 중국과 알래스카 회담 때 취임 후 100곳이 넘는 외교장관과 통화하면서 중국의 행위에 대한 깊은 우려와 미국의 역할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고 언급한 게 이런 인식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앞으로 미국이 동맹, 파트너와 협력을 통해 대중국 포위망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하고 국제사회에서 '미국 홀로'가 아닌 다자 접근법을 통해 중국에 맹공을 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과 피를 나눈 혈맹이지만 중국과는 경제적으로 긴밀히 얽혀 있는 한국 입장에서 증폭되는 미중 갈등에 대응하는 것이 주요한 외교 과제이자 고민거리로 대두될 것임을 예고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3일 첫 외교정책 연설에서 중국과 관계에 대해 경쟁, 협력, 적대를 동시에 언급하며 협력 가능성도 열어뒀다.

미국은 북한 문제를 양국의 협력 분야로 꼽고 있다.

미국은 알래스카 회담 때 북한을 의제로 올렸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 방송에서 북한의 건설적 행동을 위해 중국, 러시아와도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비핵화 문제 역시 과거 6자 회담처럼 한반도 주변국의 공조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의중을 담은 것이지만, 미중 갈등 심화와 맞물려 북중이 밀착하는 흐름도 보여 추이를 지켜볼 부분이다.

미중 갈등을 과거 미소 냉전에 빗대 '신냉전' 또는 '냉전 2.0'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미소 냉전은 주로 서방과 동구의 이념 대결, 군비 경쟁으로 특징 지어졌지만, 중국의 경우 과거 소련 보다 미국 대비 국력이 더 큰데다 서방 국가들과 경제적으로도 깊이 얽혀 있어 관계 정립이 복잡다단하다는 것이다.

이는 서방이 미국의 요구와 자국의 필요에 부응해 대중 압박에 동참하더라도 어느 순간에는 자국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멈칫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으로도 이어진다.

할 브랜즈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통신 기고문에서 과거 미국은 많은 동맹을 끌어들여 소련과 경쟁에서 이겼지만 이번엔 계산이 좀더 복잡하다며, 일부 동맹은 과거 소련보다 경제와 문화적으로 영향력이 더 큰 중국과 충돌을 다짐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