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 한시로 만나다] 사랑, 안도현

사랑



안도현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태헌의 한역】


愛(애)



非是夏炎蟬嘶噪(비시하염선시조)


卽是蟬啼夏如湯(즉시선제하여탕)


蟬知愛是傍熱哭(선지애시방열곡)


不鳴不見故蟬鳴(불명불견고선명)



[주석]


* 愛(애) : 사랑.


非是(비시) : ~이 아니다. / 夏(하) : 여름. / 炎(염) : 덥다, 뜨겁다. / 蟬(선) : 매미. / 嘶噪(시조) : 시끌벅적하게 울다.


卽是(즉시) : 바로 ~이다, 곧 ~이다. / 啼(제) : 울다. / 如湯(여탕) : 뜨거운 물과 같다, 뜨겁다.


知(지) : 알다. / 愛是(애시) : 사랑은 ~이다. / 傍(방) : 곁, 곁에서. / 熱哭(열곡) : 뜨겁게 울다.


不鳴(불명) : 울지 않다. / 不見(불견) : 보이지 않다. / 故(고) : 고로, 그리하여. / 蟬鳴(선명) : 매미가 울다.



[직역]


사랑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안다, 사랑이란


곁에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漢譯 노트]


우리 속담에 “굼벵이가 지붕에서 떨어지는 것은 매미 될 셈이 있어서”라는 말이 있다. 남이 보기에는 하찮은 짓 같지만, 아무리 미련한 행동이라도 그것을 하는 당사자에게는 그 어떤 요긴한 뜻이 담겨있다는 말이다.


어렵사리 날개를 단 매미는 절대 그냥 심심해서라거나 사람들 듣기 좋으라고 우는 것이 아니다. 다들 알겠지만 매미의 울음은 수컷의 성애(性愛)에 대한 처절한 갈구(渴求)이다.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겁다”고 한 시인의 논리는 바로 여기에서 마련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울어도 울어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을 수 있어, 매미의 울음은 때로 비애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에 매미는 울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하여 매미는 간혹 밤이 아무리 깊어도, 또 비가 억수로 쏟아져도 울어제끼는 것이다.


3연 9행으로 구성된 안도현 시인의 이 시를 역자는 칠언 4구의 고시(古詩)로 재구성하였다. 9행을 4구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2연의 “이렇게”와 “한사코 너의”는 시화(詩化)시키지 못하였지만, 원시의 대의(大意)를 파악하는 데는 그다지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한역시의 압운자(押韻字)는 ‘湯(탕)’과 ‘鳴(명)’이다.


2019. 8. 27.


강성위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