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무역인문학] 근대 박람회의 개시
근대적 박람회의 개시

진정한 의미의 국제 박람회의 태동은 유럽에서의 ‘산업혁명’과 더불어 발전하였다. 18-19세기 동안에 산업의 급성장으로 인하여 정부와 산업가들이 시장 확대의 필요성을 점차 인식함에 따라 자국 제품을 위한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하였고 각국 정부는 자국 제조업자의 성과를 제고하기 위하여 산업박람회를 개최하였다. 근대적 의미에서의 박람회는 산업 혁명의 기술 개발과 보급에서 시작되었다. 1756년 영국 왕립 예술협회의 주최로 행해진 산업박람회가 최초의 근대박람회로 되어 있다. 런던국제박람회의 성공에 힘입어 유사한 유형의 국제적인 행사가 다른 선진 산업국에서 계속되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현대적인 성격을 띤 박람회는 1851년 영국런던에서 개최된 ‘만국박람회’를 꼽고 있다. 이 만국박람회는 실내에서 주요 상품을 전시하였고, 이 전시장 전체를 유리로 만들어 ‘수정궁 (Crystal Palace)’라고 불리웠다.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나타난 박람회의 주요 특징 중의 하나는 사후 인도조건으로 주문을 받는 오늘날과 같은 박람회가 나타난 것이다. 원래 전시회란 표현은 1896년 라이프찌히의 메세(Messe)’에서 처음으로 공식 사용되었는데, 그 이전의 박람회에서는 직접 그 상품을 진열하여 놓고 현장에서 매매하는 현물시였으나, 이 이후로는 견본만을 내놓고 주문을 받는 견본시가 정착되었다.

이후 박람회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게 된다. 전문박람회, 종합 박람회, 그리고 만국 박람회이다. 이들 각 유형의 분류 기준은 전시 품목의 다양성이다. 명칭의 분류도 박람회, 전시회, 견본시 (trade show, trade fair, show, exhibition, sample fair) 등으로 쓰이고 있다. 전문박람회는 특정 품목에 대한 관심을 관람객과 전시자만을 상대로 한정되는 박람회이다. 즉, 전문박람회는 식품박람회, 기계박람회 등 전문적 분야에 해당하는 제품만 출품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예를들면 식품박람회라면 식품과 이의 제조기술 및 관련 기계 등만으로 정해져 있다. 이런 전문 전시회는 일반적인 의미에서 본다면 직접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의 기능보다는 상호 간의 거래 기회를 파악하는 장소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전시장 안에서 전시품의 매매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박람회으 마지막 날에는 전시품의 판매가 허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대부분 소비재 위주의 박람회로 전시품을 일반인에게 판매함으로써 반송 경비등의 부담을 줄이도록 배려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31,000여 건의 박람회가 열리는데, 이중의 85%내외가 북미지역과 유럽에서 열리고 있다.

종합 박람회는 모든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을 망라한, 모든 상품의 전시를 주종으로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종합전시회가 열리는 경우는 우선 박람회 자체가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사회이거나 상거래의 활발화와 더불어 여러 나라의 제품이나 기술의 진보를 알리는데 있기 때문에 홍보를 주목적으로 한다. 또한 특수한 형태의 종합박람회로는 해외에서 자국의 홍보를 위하여 열리는 박람회이다. 예를 들면 kotra에서 주관하는 ‘해외 한국 상품전’이다. 이는 한국 제품의 수출을 늘리기 위하여 한국 제품만으로 열리는 종합박람회이다.

세 번째로는 만국박람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EXPO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전EXPO, 여수EXPO를 들 수 있겠다. Universal Exposition의 준말이다. 이 엑스포는 자국의산업을 소개하기 위하여 정부 기관이 주도하여 세계 각국을 순회하며 열리는 종합 전시회이다. 상업성이 배제된 채, 순전히 자국을 홍보하기 위한 정책적인 박람회이다. EXPO는 세계박람회기구(Bureau International des Expositions)에 의해 개최 주기 및 품격이 관리된다. 1996년 이후 시행된 현행 규약에 의하면 세계박람회는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을 주제로 하는 등록박람회와 특정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인정박람회, A1 박람회라 불리는 원예전문 박람회까지 3가지로 분류된다. 원예전문 박람회는 BIE 주관이긴 하지만 자연을 소재로 하는만큼 분야가 다르다. 원예박람회는 엑스포 특유의 상업성을 철저하게 제한받는다. 등록박람회(Registered Exhibition, World’s Fair)는 1800년대부터 존재하던 만국박람회의 전통을 계승한 엑스포이다. 5년 간격으로 ‘0’과 ‘5’로 끝나는 해에만 개최되고 최대 6개월 동안 열릴 수 있으며, 전시규모는 무제한(!)이다. 주제가 있지만 일반적인 주제로 충분하며, 다양한 분야의 전시를 하게 된다. 또한 참가국이 각자의 비용과 설계로 전시관을 건립한다. 반면 인정박람회(Recognized Exhibition, International Expo)는 등록박람회에 비해 규모가 작은 박람회이다. 즉, 등록박람회가 열리는 사이에 개최되며 최대 3개월만 개최가능하고, 전시규모는 25만㎡ 이내로 제한된다. 명확한 주제가 있어야 하며, 모든 전시는 그와 관련된 것에 한정된다. 각국의 전시관은 개최국이 건설하여 제공한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