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책을 들면 아이들도 책을 보기 시작한다.


 부모의 언어가 아이의 언어가 된다. 엄마가 했던 말을 아이 자신도 모르게 하게 되고, 아빠가 무심코 던진 말도 아이의 입에서 나온다. 우리는 언어를 유산으로 물려준다. 이 뿌리 깊은 언어 유산은 의식적으로 말을 아끼지 않으면 아이들이 병들어간다. 아버지가 했던 욕을 그대로 자식들이 하게 된다. 부모의 언어가 아이들의 언어로 대물림되는 것이다. 세상이 변했건만 부모의 말은 변하지 않았다. 부모의 언어가 바꿔야 아이의 언어가 바뀌는 것이다. 특히 아버지가 책을 들고 읽을 때 새로운 책에서 나오는 언어를 통해서 아이들이 아버지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윤영돈 칼럼] 당신은 자녀에게 지적 유산을 물려주고 있는가?

아이들에게 가장 위험한 조언은 “무조건 책을 많이 읽어라”는 낡디 낡은 조언이다.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생각을 끌어내지는 못할 망정 이제는 그 낡디 낡은 조언을 멈춰야 한다. 특히 아이들의 두뇌가 여덟 살 이전에 책을 읽어줘야 한다. 취학 전 아이에게, 부모가 읽어주는 독서는 아이에게 필요한 지식을 쌓는 것은 물론, 아이와의 유대관계를 좋게 한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 아이의 뇌에 ‘쾌락’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 그 메시지는 책을 보면 자동반사적으로 즐거움을 연상하도록 길들이는 것이다. 이는 평생 지속하는 독서로 아이들에게 큰 자양분이 된다. 학문적 지식이 중요한 것처럼 독습(讀習,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부모가 먼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을 들어야 한다. 부모가 바뀌지 않는데 어찌 아이들이 바뀌길 원하는가?





[윤영돈 칼럼] 당신은 자녀에게 지적 유산을 물려주고 있는가?



 나는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선, 서울 변두리 김포공항 근처에서 태어났다. 당시에는 비행기 소리가 크게 들려서 그런지 동네 사람들이 목소리가 큰 편이었다. 지금은 방음장치가 잘 되어 있지만 그 당시에는 비행기 소리가 귀에 윙윙 거렸다. 내 아버지는 평생 운전을 하신 노동자였다. 트럭을 운전하시다 버스를 운전하시고 30년 무사고로 개인택시를 받아서 운전으로 은퇴하셨다. 어릴 때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내가 책을 읽을 때 칭찬을 하셨다. 아버지는 TV보다 책과 3종의 신문을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신문은 한자가 많았는데 내가 한자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아버지의 신문 덕분이었다. 다섯 살 차이의 누나와 두 살 차이의 형이 있어서 또래가 읽은 책 보다 누나와 형이 읽던 책을 들었다. 처음 애가서 크리스티 같은 추리소설을 읽게 된 것도 그때였고, 그런 것이 독서 습관이 되었다.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진학하지 못했는데 그것이 큰 아쉬움이 되었는지 공부하는 것을 권장하셨다. 아버지의 가르침 속에서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서 국문학과에 졸업하자마자 국문학과 대학원을 들어갔다.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32세 되던 그 해 결혼도 했지만 내면의 소리를 듣고, 이듬해 회사를 그만두고 2003년부터 1인 기업을 시작했다.


정규 교육보다 가정교육이 중요하다. 아버지는 “무조건 책을 많이 읽어라”라고 말씀하셨다.  반면 어머니는 “네가 읽고 싶다는 책을 사 왔다.”라고 말씀하셨다. 잘 된 집안이 더욱더 잘 되고, 못난 집안이 더욱더 어려워지는 한 가지 이유는, 책 읽기가 학교가 아닌 가정에서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모에게서 지식의 태도를 배운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가치관의 혼란의 시기에 살고 있다. 자신의 삶을 올바른 시각에서 보는데 책 읽기만 한 게 없다. 자신의 삶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3가지 질문이 중요하다.


첫째, 당신은 자녀에게 지적 자양분을 물려주고 있는가?


사고의 질은 결국 그 사람이 쓰는 언어의 질에 좌우된다. 어휘력, 문장력, 문해력 등 결국 지적 자양분이 된다.


둘째, 당신은 다른 사람보다 명료한 사고를 하고 있는가?


책을 읽으면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책에 있는 언어는 잘 짜인 문장이고 그 문장은 생각의 보물이기 때문이다. 생각의 보물을 많이 접하는 사람이 명료한 사고를 하게 되어 있다.


셋째,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정신적 지주가 있는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듯 우리는 세파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부모의 목소리로 책을 읽고 자란 아이들은 부모와의 유대관계가 좋다.


강요된 책 읽기는 성장을 가져오기 힘들다. 책은 부담 없이 친숙하게 가까이해야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강요를 하게 되면 책이 멀어지게 된다. 시험공부를 위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이미 책 읽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한밤중에 깨어나 아무 이유 없이 책을 읽을 때, 책 읽기가 즐겁고 행복한 과정이 되어야 진짜 책 읽기가 된다. 부모는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공부를 위한 책 읽기는 의무방어전이 된다. 게임에서 이기기란 힘들다. 방어자 아니라 도전자로 책을 읽어야 한다. 당신의 책 읽기는 아이들에게 책 읽기 습관으로 물러줘야 한다. 당신은 어떻게 지적 유산을 아이에게 물려줄 것인가?









윤영돈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