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칼럼] 새해 듣고싶은 덕담 VS 듣기싫은 독담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며칠 전 받은 덕담 덕분에 지금도 기분이 좋다.
“2019년 새해는 생애 최고의 해가 될 겁니다!”라는 말이었다.
사실이 될지 아닐지 모르지만 그 말을 들은 하루 내내 기분이 좋아지고 새해에는 왠지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은 신기한 기분을 경험했다.
일반적으로“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이 가장 많이 주고받는 덕담일 것이다.
그런데 원래 우리 선조들의 정초덕담은 “복 많이 받으세요”가 아니라
“복 많이 지으세요” 라고 전해진다.
복을 받고자 수동적으로 무작정 빌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복을 만들자’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

덕담은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원칙

덕담은 새해 첫날 일가친척 또는 친구 간에 서로 잘 되기를 비는 말이다.
세시풍속의 하나로 새해가 되었을 때 친지가 서로 만나서 해가 바뀌는 인사를 주고받고, 상대방이 잘 되기를 비는 말로 자신이 상대에게 하고 싶은 말보다는 상대가 반가워할 말을 들려주는 것이 원칙이다. 참으로 따뜻한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덕담이라고 하기에는 상대가 듣기에 부담스럽고 불편할 말들을 너무 많이 하는 경우가 있다. 무늬만 덕담일 뿐 상대가 듣기 싫어한다면 더 이상 덕담이 아니다.

상대가 듣기 싫어하는 무늬만 덕담인 말들

새해의 가장 큰 선물은 덕담이다.
올해 덕담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서 한해의 기운이 좌우될 수 도 있다.
그런 중요한 새해 덕담을 듣기 거북해 하는 분위기가 점점 가속화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덕담이라는 이름 아래 상대방이 듣기 불편해 할 수 있는 질문들이나 말들을
너무 직설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덕담이 아니라 지나친 관심과 오지랖으로 상대방에게 독담으로 스트레스를 줄 수 있음을 기억하자.
지난해,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에서 이뤄진 설문조사는 이를 입증한다.
전체 응답자의 반 이상이‘설 명절에 주고받은 말로 상처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미혼자들이 설날에 가장 듣기 싫은 말과 듣고 싶은 말

20-50대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다’가 1위를 차지했다. 참 씁쓸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듣기 싫은 말로는 ‘결혼은 언제 하니’가 2위를 차지했다.
이어 ‘돈은 많이 모았니(14.3%)’, ‘빨리 취직해야지·
아직도 취업 못했니(7.3%)’, ‘앞으로 계획은 있니(6.9%)’ 등의 순이었다.
한편 이번 설날에 가장 듣고 싶은 말로는
‘올해는 모든 일이 다 잘 될 거다’가 2위에 올랐다.
3위에는 ‘용돈 줄 테니 받아가라(12.8%)’, 4위에는 ‘다음 명절에는 해외여행·다녀와라(9.4%)’ 등이다. 설문 응답자들도 너무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에만 치우친 느낌이 있어 조금 아쉽다.

기혼자들이 스트레스 받는 독담

기혼자가 스트레스 받는 말들은 남녀 모두
“어려운 경기에 회사는 괜찮으냐”가 가장 큰 거부감을 드러냈다.
기혼 남성의 경우 “연봉이 얼마인가”,‘승진은 언제 하느냐’이었다.
기혼 여성이 기피하는 말로는
“더 있다 가렴”“살 많이 쪘네. 관리 좀 해야지”라는 말이다.
거기에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다”라고 마무리를 하면 상처 난 가슴에 쐐기를 박는 느낌이라고 한다. 말을 꺼낸 의도는 덕담이었을지 모르겠으나 듣는 입장에서 아프고 쓰리다면 더 이상 덕담이 아니라 ‘독담’이다.

긍정의 기운을 전하는 덕담을 들으면 새해가 더 잘 풀린다

상대에게 하는 말은 보이지는 않지만 강력하다.
말하는 사람의 기운과 향기로 고스란히 듣는 사람에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진심과 긍정의 기운이 담긴 말은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새해 덕담을 받을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이 과연 무엇일지를 고민하려면 우선 상대에 대해서 한 번 더 관심을 갖고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리 선조들은 ‘청참’이라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었다.

청참의 의미를 지닌 덕담

새해 첫 새벽 거리에 나가서 방향도 없이 발 딛는 대로 돌아다니다가 사람의 소리든 짐승의 소리든 물건의 소리이든 처음 들리는 그 소리로써 그 해의 신수를 점치는 것을 청참이라 한다. 덕담은 일종의 청참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새해 첫 새벽에 처음 듣는 소리로 일 년의 신수를 점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청참법(聽讖法)이 생겼다. 그리고 사람 대 사람이나 집안끼리 처음 교환하는 인사에 덕담을 사용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이제 그렇게 되라.’고 축원해주는 것이 아니라, ‘벌써 그렇게 되셨다니 축하합니다.’라고 단정해서 축하하는 것이 덕담의 특색이었다고 전해진다.

새해 복 많이 지으셨다지요?

이를테면, “새해에는 더 건강해지셨다지요.”, “새해에는 더 부자가 되셨다지요.”하는 식으로 축하를 해주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간의 소원을 축하해주는 세시인사에는 심리적 근거가 있다.
바로 언령관념(言靈觀念)이라는 것으로, 우리 선인들은 음성 내지 언어에 신비한 힘이 들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무엇이 어떻다.’ 하면 말 자체가 그대로 실현되어지는 영력(靈力)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므로 덕담은 곧, 그러한 언령적 효과를 기대한 데서 생긴 세시풍속이다.

2019년 새해에 어울리는 사자성어 덕담

온라인에서‘본인이 바라는 새해 소망과 가장 가까운 사자성어’를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1위로 꼽힌 사자성어를 먼저 소개하겠다.
바로 ‘마고소양’(麻姑搔痒)이다.
‘마고소양’은 ‘바라던 일이 뜻대로 잘됨’이라는 뜻으로
특별한 소망이 있기보다는 그저 바라던 일이 뜻대로 잘 되기를 희망하는 소박하지만, 현실적인 새해 소망을 엿볼 수 있다.
뒤이어 2위는 ‘무사무려’(無思無慮)로사자성어 그대로 ‘아무 생각이나 걱정이 없음’이라는 뜻으로 걱정과 근심에서 벗어나고픈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얼마 전에 만난 후배는 ‘일취월장’을 2019년 새해 사자성어로 뽑는다고 했다.
‘나날이 발전해 나간다’는 뜻의 사자성어가 참 좋다고 했더니
‘일요일에 취하면 월요일이 장난 아니게 힘들다’라는 뜻으로 재해석 했단다.

덕담은 긍정적인 기운이고 영양분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덕담은 좋은 사람을 만드는 긍정적인 기운이고 영양분이다.
만나는 사람들이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면
덕담을 통해 긍정의 기운과 영양을 듬뿍 전해주자.
상대가 좋은 사람이라면 덕담으로 준 좋은 말, 복된 말은
더욱 빠르고 강력한 결실로 나타날 것이다.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요,
복된 말을 하는 사람은 복된 사람이다.
복된 사람이 건네는 덕담의 힘 또한 강력할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불편해할만한 덕담은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덕담이 오고가는 새해

오늘은 어제 사용한 말의 결실이고 내일은 오늘 사용한 말의 열매일 수 있다.
내가 한 말이 타인에게 백퍼센트 영향을 미친다면
내가 한 말로 자신은 이백 퍼센트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9 기해년 설날에는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진정한 덕담만 오고가기를 소망해본다.
“ 2019년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새해는 여러분 생애 최고의 해가 될 겁니다.”
[박영실칼럼] 새해 듣고싶은 덕담 VS 듣기싫은 독담
박영실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