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그리고, 바다 그곳에는 계절이 없다. 오직 삶의 즐거움이 존재할 뿐이다.
부지런한 여름 탓에 조금은 이르게 바다가 그리웠다. 여름 휴가철이 오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한적한 바다를 보고 싶었고, 걷고 싶었다. 또 하나, 요즘 부산에서 핫한 힐튼 부산이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떠난 부산 기장군의 핫플레이스 바다가 정원이고, 인피니티 풀이 놀이터인 곳으로 길을 올렸다.
바다에 있는 해동 용궁사를 둘러보고, 산책길을 따라 15분여 걸어서 하얀 놀이터에 도착한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빼꼼 내밀어도 보이지 않는 끝은 나의 카메라 렌즈로 한 번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난공불락 이었다. 부산하고도 기장의 핫플레이스 힐튼 부산과 아난티 코브… 도대체 어디가 호텔이고 또, 정문은 어디인지 바닷가 산책로를 걸어서 호텔 입구를 찾는다면 요새(fort)에 있는 것처럼 헤맬 수밖에 없다. 광장 아난티 타운에 있던 직원에게 물어서 친절한 응대에 겨우 체크인 할 수 있었다.
아난티 타운에서 호텔로 가기 전에는 ‘이터널 저니’ 라는 라이브러리가 있다. 아이들이 있는 엄마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장소로 책뿐만이 아니라 동영상 관람도 가능한 곳이다. 또한, 호텔 이용객이 아니어도 해변 산책하다가 들어와서 차 한 잔 마시며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500평의 지식으로 둘러싸인 숲, 힐튼 부산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힐튼 부산은 로비가 10층에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하는데, 가는 곳곳에 포토존이 아닌 인생샷존이 있다. ‘한 번 찍어볼까’가 아닌, 꼭 사진을 찍게 하는 유혹이 굉장히 강하다. 젊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중년들마저도 가슴에 추억으로 남기고 싶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고 유니크한 인테리어가 많다.
10층 로비에서 체크인을 하고, 그 옆 맥퀸즈 라운지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본다. 파도가 넘실넘실거리는 인테리어에 시원한 오션뷰를 자랑하고 있어서 그냥 룸으로 올라가면 왠지 서운할 것 같았다. 이곳에서는 평소 나의 모습과는 다르게 살짝 거만한듯한 자세로 하늘을 거니는 나만의 세상을 가져본다. 잠시 후, 친절한 직원의 미소로 세팅된 한 모금을 음미해본다. 커피 자체의 맛이 좋으면 어떠하리! 오션뷰를 바라보고 있는 그 시간의 여유가 좋으면 어떠하리! 여행의 쉼표 자체가 행복이거늘…!
라운지에 함께 있던 세 분의 중년 여성분들, 대단했다. 앉아서 찍고, 일어서서 또 찍으며 사진 놀이를 하는데 마치, 여고생으로 돌아간 것처럼 그렇게 즐거워할 수가 없었다. 대신 나의 셔터는 기다림의 미학을 배워야 했지만, 덕분에 나름 미소가 춤 추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호텔 최고층에서의 여유 한 모금을 마시고, 9층 프리미엄 룸에 입실했다. 와우! 바다만큼이나 커다란 킹사이즈의 침대다. 힐튼 부산에는 3곳의 수영장이 있는데, 드넓은 침대는 내 마음속 또 하나의 수영장이 되었다. 침대 옆 협탁에는 전원 장치 및 USB 코드가 있어서 잠잘 때 또는 컴퓨터 이용할 때도 편리했다.
60sqm(약 18평)에 3인까지 이용할 수 있다. 티 테이블, 미니바(유료, 무료 생수 2)와 네스프레소 머신이 있어서 커피는 무료로 마실 수 있다. 다음 날 아침, 자욱한 안개를 걷고 프라이빗 발코니에서 기지개를 켜며 모닝 커피의 여유를 즐겨본다.
룸 사이즈보다 더 큰 욕실은 오션뷰의 전신 욕조가 있고, 샤워부스, 2개의 세면대, 화장실, 옷장, 개인금고 등이 있다. 욕실 어메니티는 피터 토마스 로스 제품이고 칫솔, 치약이 함께 준비돼있다. 페이스 타월과 바디 타월도 넉넉하다. 평소에는 열이 많은 체질이어서 반신욕이나 전신욕을 거의 안 하는데, 힐튼 부산에서는 오션뷰에 반해 안 할 수가 없었다. 맥퀸즈 라운지에서는 인테리어에 반해서 커피 한 잔, 룸에서는 오션뷰 욕조에 반해서 괜스레 반신욕을 하게 된다. 뭐든지 안 하고서는 못 배기게 해놓은 절묘한 인테리어가 부산의 핫플레이스를 만든 이유 중의 한 가지 일 듯했다.
사천에서 일하는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서 해산물로 유명한 연화리를 갈려다가 너무 늦어버렸다. 호텔 근처 동암마을의 해산물 거리에서 안주를 사와 감성 돋는 분위기의 아난티 타운에 앉아 시원한 파도 잔을 기울이며 지난날의 추억을 회상했다. 그리고, 맞이한 다음날 아침, 구름 위를 걸으라는걸까! 자욱한 안개에 한 치 앞이 안 보였고, 비도 내렸다. 이른 새벽을 가르며 포구를 떠났던 통통배는 흐린 날씨를 비웃듯이 만선으로 오는거였기를 바랬다. 호텔 오른쪽 끝으로는 해동 용궁사가 잠에서 깨어 희미하게 보인다.
호텔 방문한 날이 평일이었다. ‘7시 40분쯤에 조식을 먹으면 좀 한가하겠지’ 하고 지하 2층에 있는 뷔페 레스토랑 ‘다모임’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기우였다. 그 시간에도 대략 30여 분을 기다렸던 것 같다. 평일이 이 정도면 주말에는 얼마나 인산인해일까? 6시 30분부터 10시까지 조식 시간이니까 주말에는 늦어도 7시쯤에는 이용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았던 기억 하나, 다른 곳에서는 한 번도 없었던 웨이팅 음료가 있어서 기다리는 동안에 입구에서 주스 한 잔을 마셨다. 소소하지만, 고객을 배려하는 생각이 좋았다. 메뉴는 특급호텔다웠고, 특히 입구에 들어서면서 4색의 식빵을 보는 순간 힐튼 부산의 요리 맛과 셰프들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조식을 마치고, 바로 연결돼있는 인피니티 풀에 입장했다. 객실 타입에 상관없이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유아를 비롯해서 전 연령층이 이용할 수 있다. 비가 계속 내려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바다가 정원이 되어주는 인피니티 풀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수영장에는 자쿠지가 있어 따뜻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고 선베드는 무료, 카바나는 유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참고로 인피니티 풀에서 해변 산책하는 사람들과 가까이 마주할 수 있어서 다른 곳에서는 느끼지 못한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루프탑 ‘맥퀸즈 바(bar)’가 있는 10층으로 가봤다. 오션뷰에 프렌치 믹솔로지스트의 감성을 담은 칵테일, 시그니처 메뉴인 토마호크 스테이크, 아시안 풍미를 가미한 유러피안 비스트로 음식은 스타일리시하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줄 분위기였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아난티 코브와 힐튼 부산은 7월 1일로 1주년을 맞이했다고 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호텔에 하루 머물면서 하늘과 바다 그 자체였고, 사계절 언제라도 좋아 계절이 없는 곳이라는 느낌이었다. 또한, 여행하면서 잠자는 곳이 아닌 호텔 자체를 여행지로 선택해야 할 곳이다. 인생은 살만한 것이라고 이야기해주는 힐튼 부산은 진정한 쉼표다.